런린이 다이어리 6-2
지금 돌이켜보면, '맞다! 무리하게 뛰었다.'
달리는 즐거움 뒤에는 휴식에 대한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반정도는 매일 달리는 일과가 강박이 되어버렸다.
하루라도 달리는 것을 쉬거나 운동량을 낮추면 그동안 늘렸던 체력이 다시 떨어질 것 같아서, 아니면 기껏 힘들게 줄여 놓은 체중이 다시 붙을 것 같아서, 하루라도 쉬면 다시 운동을 하기 싫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에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러다가 결국 몸에 무리가 왔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어느 시점부터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뻐근하기 시작했다.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킬레스건이 꽉 눌린 듯한 불편함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면,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뛰다 보면 뻐근함이 사라지만, 다시 증상이 나타났다.
결국 불안감에 잘 아는 재활병원을 찾아갔다. 진단명은 아킬레스건염. 결론은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쉬라는 것이었다. 사실은 달린지 1년이 넘어 무릎 상태를 체크하러 간 김에 오른 발목 뒤 위화감까지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무릎은 이상이 없었다.
수년간 여러 운동을 하면서 배운 바가 있다. 운동을 하다가 다치거너 몸에 무리가 오면 무조건 쉬라는게 의사들의 처방전이다. 조급함을 못 참고 회복되기 전에 운동을 다시 하면, 불편한 부위가 악화되어 악순환의 고리로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2023년 10월 중순, 지금은 두 눈 딱 감고 쉬고 있는 중이다. 2주째다.
말이 쉬는 것이지 운동 강도를 대폭 낮췄다. 역시나 그냥 쉬는 것은 불안했기 때문이다.
의사에게 쉬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러면 걷거나, 스쿼트나 런지 등 발꿈치에 충격이 가지 않는 운동은 해도 되는거죠?"라고 되물었을 때, 의사의 황당해하는 표정이란. 뛰는 대신 걷고, 맨몸 근육 운동을 늘렸다. 확실히 달리기가 체력 증진에는 최고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달리기 전에는 스쿼트 100개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200개 해도 다리에 무리가 없다. 못 뛰는 대신 달리기 위한 근육을 단련시키는 개념으로 운동을 했다.
매일 아침마다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사람들을 보며, 뛰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았다. 그나마 대체 운동으로 견딜만했지만, 뛰고 싶은 마음은 더 간절해졌다.
매일 달리고 싶은 유혹과 싸웠다. 저속(6/km/h~7km/h)으로 뛰면, 발 뒤꿈치에 무리가 덜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매일 아침 러닝머신 위에 서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힘들게 유혹을 견디고, 걸었다. 그렇게 2주가 지나가 발목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다시 무리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다짐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충분한 휴식기를 갖자.
"그래도, 아직도 휴식이 더 어렵다."
일산호수공원 꽃전시관 지나서 있는 표지판. 부상으로 인해 강제 휴식을 하게 되면 편하다기 보다는 달리고 싶은 욕구가 더 커진다. 심지어 달리는 그림을 봐도 부러울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