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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버킷 리스트: 프라하 시내 달리기 코스

런린이 다이어리

by 견뚜기

이런 곳에서 달리면 어떤 느낌일까?


체코 공화국 프라하에 다녀왔다. 눈앞에 쫙 깔린 돌길을 보며 입맛만 다셨다.


직사각형 검은 돌들이 마치 테트리스 블록처럼 지그재그로 깔려 눈앞으로 쭉 이어졌다. 인도는 작은 돌들로, 차도는 큰 돌들로 이뤄져 있었지만, 워낙 관광객들이 걸어 다니는 도시라 차가 드물었다. 혹여나 차들이 프라하 시내에 들어와도 관광객 인파들로 인한 체증이 심할 것 같았다.


도로를 이루는 돌들은 긴 시간 동안 인파와 마차, 그리고 자동차들이 다녀 이제는 표면이 반들반들해 보였다. 이런 이 돌길 위를 달리는 촉감은 어떨까? 흙길보다는 딱딱하겠지? 그래도 아스팔트길보다는 탄력감이 있지 않을까? 게다가 제각각 돌들로 맞춰져 있어 강도가 낮은 지압판을 밟는 느낌일 것 같았다.


중세 도시의 모습을 간직한 프라하 역사 지구를 달리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울퉁불퉁한 도로부터 시작해서 옛 건물의 외관을 간직한 건물들 그리고 작은 도시들, 넓은 광장, 근사한 성당까지 관광모드로 달리면 딱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역시나 발이 문제였다. 한번 아프고 나니 무모하기보다는 움츠려 든다. 최근 가뜩이나 실외 달리기가 잘 안돼서 의기소침했다. 그런데 발 상태도 영 느낌이 별로다. 그래서 여행 전날까지 고민 고민을 하다가 결국 러닝화를 짐에서 뺐다. 괜히 무리해서 여행 자체를 망치기는 싫었다.


그러나 막상 프라하에 도착하자 살짝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도 달려볼걸하는.


내가 달리고 싶었던 코스는 프라하 신시가지의 중심인 바츨라프 동상에서 시작한다. 국립 박물관을 배경으로 도로를 건너 바츨라프 1세 공장의 동상이 서있다. 여기서부터 바츨라프 광장이 시작된다. 바츨라프 광장은 쭉 뻗어 무스테크 역이 있는 웬스라스 광장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약 750m다. 여기는 주로 호텔과 상점가로 이뤄져 있다.

직진으로 난 길을 따라 550m를 가면 구시가 광장에 도착해 성 니콜라스 교회, 틴 성모 마리아 교회를 따라 광장을 한 바퀴 돌고 천문시계탑을 향한다. 광장의 둘레는 600m. 구시가 광장은 옛 도시의 광장으로 넓은 광장 주변에 주요 상점 및 교회들이 둘러싸고 있다.

천문시계탑에서 카를교 입구의 올드 타운 브리지 타워까지 구글맵을 보며 달린다. 거리는 650m다. 이 구간은 작은 골목길들이 여럿 있다. 영화에서나 보던 중세 도시 골목길을 달리는 기분일 것이다. 카를교를 건너 카를교 반대편인 레서 타운 브리지 타워까지 550m를 달린다.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카를교는 블타바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카를교 좌우 양옆에 24개의 가톨릭 성인들의 동상이 서있어, 이를 구경하며 달리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하루 종일 프라하 시내에서 인파가 가장 몰리는 곳 중 한 곳인 카를교를 인적이 없는 새벽 시간에 달릴 생각을 하니 운치가 있을 것 같았다. 프라하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 바로 카를교였다.

카를교 초입의 올드 타운 브릿지 타워(왼쪽), 카를교 모습(가운데), 타워 전망대에서 본 카를교

카를교를 지나면 눈앞에 긴 언덕길이 펼쳐져 있다. 이 길을 따라 각종 기념품 샾 등이 늘어서 있다. 모스테츠카에서 말로스트란스케 나므네스키 길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400m지만 높이가 14m다. 여기서 좌측으로 돌아 고급 주택들이 늘어서있는 네루도바 길을 따라간다. 이 길은 경사가 54m로 보폭을 줄여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할 것 같다. 길을 따라 800m를 달리면 프라하성문 앞 흐라드찬스케 광장에 도착한다.


카를교의 서쪽 끝의 레서 타운 브릿지 타워(왼쪽)과 프라하 성으로 이어지는 말로스트란스케 나므네스키 언덕길(가운데).

프라하성의 입구인 마티아스 게이트(Matthais Gate)를 지나 프라하 성채로 진입한다. 거리는 250m. 마티아스 게이트를 지나면 본격적인 프라하 성채에 들어서게 된다. 성비투스 대성당, 체코 대통령 관저가 있는 구왕궁, 프라하성을 지나 성채의 뒷문인 더 블랙 타워를 지나 계단길을 내려와 말란스트로 카 역까지 1km를 달린다. 웅장한 성 비투스 대성당을 보면 달리기의 피곤함이 싹 가실 것이다. 게다가 프라하성이 높은 고도에 석조 건축물이 가득해, 프라하 성채 안 자체가 시원하다. 그 시원한 공기가 달리기의 열기를 달래줄 것이다.

프라하 성채 내 성당, 성 비투스 성당 앞 광장(가운데), 성채 뒷문을 통해 내려가는 길

그리고 구글맵을 보며 카프카 박물관을 지나 레서 타운 브리지 타워로 750m를 달려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성 바츨라프 광장까지 2.2km를 달려 돌아오면 코스가 하나 끝난다. 그러면 약 8.5km를 달리게 된다. 며칠간 프라하 시내를 달리면서 머릿속으로 코스를 짜봤다. 오전부터 관광객이 바글바글한 도심이지만, 새벽 일출 시간에 맞춰 달리면 인적이 드물기에 달리기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아침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아 기온도 10도 안팎으로 달리기 좋을 것 같았다.

또 다른 코스는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강변을 따라 달리는 것이었다. 블타바 강변을 따라 정박해 놓은 배가 식당이나 선술집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들을 보며 달리는 것도 색다를 것 같았다.


프라하. 중세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보니 구경하며 달리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골목이 많지만 결국 주요 광장으로 통하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역사적인 건물들을 감상하며 달리면 지루할 새가 없을 것 같았다.


언젠가는 달려보고 싶다는 소망을 버킷리스트에 추가하고 돌아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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