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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대신 무슨 운동을 하지?

런린이 다이어리 69

by 견뚜기

족저근막염 때문에 달리기를 쉬다 보니 쓸 거리가 똑 떨어졌다.

런린이 다이어리 자체가 달리면서 느낀 여러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것인데 러닝 머신에서 조차 달리지 못하니 소재가 고갈됐다.


요즘에는 대안 운동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비록 달리기는 못하고 있지만 운동을 쉬기는 싫다. 이미 운동을 한 몸의 편함을 알아버린 터다. 운동을 쉬거나 안 하면 근육에 힘이 빠지고 근육은 뻣뻣해져 조그마한 움직임조차 힘이 들고 불편하다. 하지만 몸이 운동에 적응한다는 것은 근육이 움직임에 익숙해져 있다는 의미다. 근육의 힘이나 유연성이 있어 움직이는 것에 불편함이 없다. 그 편함을 이미 알아버려 다시 돌아가기 싫다.


게다가 생활 루틴 자체도 새벽 운동에 맞춰져 있다. 운동을 쉬면서 아침에 푹 자고 나면 왠지 스스로 게을러진 기분이다. 마음이 편치 않다.

회사 피트니스에서 내가 애용하던 왼쪽에서 다섯 번째 러닝머신

그래서 운동을 쉴 수가 없다. 다만 달리기 만큼 운동량과 만족감을 주는 운동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매주 필라테스 수업을 받지만, 달리기가 주는 만족감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러닝 머신에서 천천히 달리기를 해 보았다. 보폭을 좁혀 천천히 달리는 만큼 발 뒤꿈치에 충격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운동량이 성에 안 찼다. 30분을 달렸는데 땀이 날락 말락 했다. 호흡도 너무 안정적이었다. 내가 반한 달리기는 비 맞듯 얼굴에 흐르는 땀과 거친 호흡이 수반되는 달리기였다. 그러다가 다시 속도를 살짝 높여 달리면 달리이게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만, 매일 하니 발도 살짝 불편했다.


그래도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8km/h 속도로 달리면 달리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러닝 머신 옆에 있는 자전거다. 회사 피트니스에 있는 자전거는 왠지 하기가 싫다. 특히 등받이가 영 거슬린다. 등받이가 있으면 힘들어서 자꾸 기대서 몸에 힘을 풀게 된다. 필라테스를 배운 후 변한 것이 하체 운동을 해도 전신의 자세와 근육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는 점이다. 자전거를 타더라도 등받이 없는 자전거를 타서 상체를 중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상체 근육으로 버티는 연습까지 동시에 하고 싶었다. 그런데 등받이가 있어 상체에 힘을 빼고 기대게 된다. 그래서 탈락.

오른쪽은 회사 피트니스의 자전거, 등받이가 있어 영 끌리지 않는다. 왼쪽은 인도 호텔 피트니스 자전거,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다.

다음은 계단 오르기. 회사 피트니스에 천국의 계단은 없다. 하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지하 5층, 지상 15층으로 총 20층 건물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확실히 운동효과는 있었다. 그리고 계단을 오를 때, 그리고 내려올 때 발의 앞부분으로 딛기 때문에 발 뒤꿈치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았다. 한 번에 두 계단씩 오르면 제법 심박수가 오르고 숨이 차오른다. 그런데 내가 보통 새벽 운동을 하다 보니, 아침부터 고요한 계단 통로에 삑삑 거리는 운동화 소리가 왠지 불편하다. 워낙 새벽에 운동하니 계단 통로가 구석에 있음에도 이웃 주민들의 아침잠에 괜히 방해될까 싶어 조심스러워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미 마음이 게을러졌는지, 안나가게 된다.


6월 초에 인도 출장을 갔다가 호텔 피트니스에서 우연히 일립티컬을 보게 되었다. 스키를 양발에 신고 눈길을 걸리는 듯한 자세, 우리에게는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 운동 기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할만했다. 일단 양 발을 스키를 신고 움직이듯이 앞뒤로 움직이기 때문에 발 뒤꿈치에 충격이 가지 않았다. 문제는 일립티컬이 있는 피트니스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립티컬 머신. 발을 붙이고 운동을 해서 뒤꿈치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아 부담이 없었다.

그다음은 수영이다. 수영은 달리기, 자전거와 함께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수영장을 찾아가야 하고, 다시 배워야 한다.


등산도 해볼 만할 것 같은데, 혹자는 등산도 족저근막염에 안 좋다는 사람이 있다. 아무래도 내려오면서 발을 쿵쿵 디뎌 충격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최근에는 맨몸 운동인 마운틴 클라이머와 버피 테스트를 하고 있다. 마운틴 클라이머는 엎드린 자세에서 마치 경사를 오르듯이 오른 무릎을 가슴까지 당겼다가 뒤로 내딛으면서 동시에 왼 무릎을 가슴으로 당겼다 뒤로 내딛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20회씩 15세트 반복하는데 할 만하다. 게다가 발 앞쪽으로 바닥을 딛기 때문에 뒤꿈치에 충격이 없다.


아니면 소위 악마의 운동으로 불리는 버피 테스트다. 서있다가 엎드려뻗쳐 자세를 취한 뒤 푸시업을 하거나 아니면 푸시업 없이 두 다리를 골반 쪽으로 당겨 일어서면서 양손을 하늘로 뻗으면서 점프를 하는 동작이다. 이 동작을 반복해서 하면 전신을 쓰기 때문에 운동 효과가 크다. 즉, 그만큼 힘들다. 나는 푸시업 없이 10회 10세트 반복한다. 점프 동작이 있지만 달리기처럼 많지 않아 발 뒤꿈치에 부담이 없다. 달리기가 주는 성취감을 주진 못하지만, 체력을 유지한다는 생각으로 강한 운동을 찾고 있다.


마운틴 클라이머나 버피 테스트를 하면서 새삼 느끼는 것이 달리기의 위력이다.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마운틴 클라이머나 버피 테스트 3세트 이상이 힘들었다. 하지만 달리기로 체력이 다져진 지금은 10회도 살짝 부담이 가는 정도다. 그만큼 달리기로 기초 체력이 다져졌다는 의미다.


보통 마운틴 클라이머나 버피테스트를 10세트 정도 하면 보통 10분~20분 사이가 소요된다. 결정적으로 운동을 하고 나서 발에 부담이 없다. 운동량도 제법 맘에 든다. 하지만 달리기가 주는 청량감이 없다. 인내의 싸움 그 자체다. 버피 테스트도 달리기처럼 즐기는 순간이 올까? 늘 궁금하다.


이러다가 수영, 자전거, 등산, 로잉머신 등 여러 가지 운동을 해볼 기세다.


아! 달리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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