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70
"달리고 싶다."
요 몇달 런린이 다이어리의 주제는 바로 '달리고 싶다'였다.
족저근막염으로 달리기를 쉬면서 오히려 달리기에 대한 갈증이 커져만 깄다.
한참 달리기에 빠졌을 때는 괜히 조급했었다.
하루만 달리기를 쉬어도 어렵게 기른 달리기 체력이 순식간에 사라질까봐 조급했다.
매일 일어나서 평소처럼 30분 이상 또는 5km이상 달리고 싶어 조급했다.
물론 달리는 중 달리기가 주는 쾌감, 달리고 난 후의 개운함과 성취감 등 달리기의 즐거운 요소도 달리기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된 요소였다.
달리기를 한번 쉬면 모든 루틴이 망가지고 달리기에 대한 애졍과 열정이 빠르게 식을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족저근막염이 심해졌을 때, 치료를 받고 천천히 달리기 등 어떻게든 달리기를 계속하려고 노렸했다. 그러다가 영 차도가 없는 걱 같아 그냥 쉬고 있다.
달리기를 빠르게 잊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하루가 지날수록 달리기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달리면서 느끼는 힘찬 심장 박동, 그리고 얼굴에 줄줄 흐르는 땀 줄기를 다시 느끼고 싶다.
대체 운동으로 심박수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달리면서 느끼는 힘찬 심박과 거친 호흡은 특별하다. 그래서 그 호흡이 그립다.
그나마 지난 글에서 썼듯이 달리기를 대체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고 있다. 하지만 달리고 싶은 마음은 쉽게 달래지지 않는다. 그나마 달리고 싶은 마음을 달래는 것이 바로 달리기에 대한 책들이다.
막상 찾아보니 달리기에 대한 책들이 참 많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크리스토퍼 맥두걸의 울트라 마라톤을 소개하는 '본투런(Born to Run)'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궁금했다. 다른 러너들은 달리기에 대해 어떻게 묘사를 하고 어떤 글을 썼는지가. 어떤 책은 교과서처럼 달리기 동작, 달리기 연습법에 대해 설명한 책도 있다. 그보다는 러너들이 직접 쓴 경험담을 읽을 때가 재미있었다.
저자들이 직접 달리면서 느낀 호흡, 몸의 상태, 코스, 대회, 같이 달린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마치 내가 달리는 것 같았다. 특히 나 역시 달리기를 해본 사람이다보니 그들의 경험과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그렇게 책을 읽고 나면 달리기에 대한 갈증이 좀 해소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서 나아서 다시 달릴 그 날을 기대하게 된다.
이외에도 안철수 의원의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을 통해 마라톤에 대한 느낌과 소회를 담았다. 마라토너 빌로저스의 '마라톤맨(Marathon Man)'은 빌 로저스가 마라토너가 되고 대회 준비, 참가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풀었다. 울트라 마라토너 스콧 주렉이 쓴 ' 잇 앤 런(Eat and Run), 먹는 것이 내 몸을 규정하고 달리면서 나는 다시 태어난다'는 저자의 달리기 인생과 함께 채식주의자인 저자의 러닝 식단도 잘 소개되어 있었다.
최근에 읽은 안병식씨가 쓴 '트레일 러너(Trail Runner), 단지 달렸을 뿐인데 삶이 빛났다'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트레일 마라토너인 안병식씨가 소개하는 다양한 트레일 마라톤 대회가 매우 흥미로왔다. 브런치를 통해 알게된 막시 에세이님의 '산을 달리는 러너'도 트레일 러닝의 매력을 소개했다. 이들 책들을 읽으면서 달리기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한편 달리기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나는 양가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뇌 과학자 제니퍼 헤이스가 쓴 '운동의 뇌과학'을 통해 달리기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소개했다. 또한 우리나라 재활의학과 교수인 정세희 박사님이 쓴 '길위의 뇌'는 재활의학과 의사이자 러너인 저자가 달리기의 장점 등에 대해 경험을 토대로 쉽게 풀어 썼다.
필라테스 강사 이슬기님이 쓴 '100년 체력을 위한 달리기 처방전'은 천천히 달리기의 잇점과 방법에 대해 잘 설명해 놓았다. 하바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대니얼 리버먼 교수가 쓴 '운동하는 사피엔스' 역시 진화학적으로 걷기, 달리기, 춤추기 등 인간의 신체활동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 썼다. 한참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하며 달리기로 인한 부상에 대해 궁금했다. 그래서 조 엘리스와 조 핸더슨이 쓴 '달리기와 부상의 비밀, 발'도 사서 읽으며 족저근막염을 포함한 다양한 부상, 원인과 치료법, 예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찾아보면 달리기에 대한 책들이 참 많았다. 그 만큼 전세계적으로 달리기를 사랑하는 러너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다들 각자가 사랑하는 달리기라는 운동을 자기만의 색깔로 풀어냈다.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아! 달리기에 대해 이런 내용도 주제가 될 수 있구나'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달리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 아는 것도 달리기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 같다.
내가 쓰는 런린이 다이어리는 독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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