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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어볼까

런린이 다이어리 72

by 견뚜기

'설렘 반, 두려움 반.


이번 주말 다시 달려보려 한다.


작년 10월 오른발 족저근막염이 발병 후 간간히 달리기를 이어오다 4월부터 쭉 쉬고 있다.


달리기를 놓기 싫어서 꾸역꾸역 달리기를 이어왔다. 일산호수공원을 나가진 못해도 트레이드밀에서 빨리 걷는 속도 7km/h~8km/h로 달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달리지 못하는 아쉬움보다 통증으로 인한 불쾌감이 다 커졌다. 그래서 달리기를 그냥 쉬었다.


달리기 안 하면 하루도 못 견딜 것 같았는데,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몸이 서서히 '게으름'에 적응해 버렸다. 그렇게 체중도 야금야금 늘어갔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 달리기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통증이 없어지면 다시 달려야지. 그때를 위해 준비해야지.'


그래서 시작한 것이 걸음걸이 자체를 미드풋으로 바꾸는 것이다. 평생을 걸어왔던 걸음걸이를 바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신경 써서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몸이 익숙해지겠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사실 발볼이 먼저 땅을 밟는 미드풋이 족저근막염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어느 유투버의 영상을 보고 솔깃했다. 발 뒤꿈치가 가장 먼저 땅에 닿아 충격을 흡수하는 힐풋보다 충격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듣고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미드풋 자세를 연습해 보고자 알산호수공원으로 나섰다. 그런데 막상 달리니 발의 어느 부분이 먼저 땅에 닿는지 긴가민가했다. 발볼로 디딘 거 같은데 같은데 발 뒤꿈치에 느낌이 왔다. '쿠션이 두꺼워서 그런가' 게다가 조금 달렸는데 앞 종아리가 뻐근했다. 이러다 다시 힐풋으로 달릴 것 같아 그만뒀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 피트니스를 가서 운동을 하는 루틴이었다. 7월부로 회사를 옮기며 루틴을 바꿔야 했다. 어차피 일어나는 시간은 비슷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에서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었다. 그러다가 집에서 미드풋으로 걷는 연습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미드풋 보법은 늘 머릿속에 있었지만 막상 출퇴근길에 걸으면서 목적지로 가기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집에서 연습하면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맨발로 연습하니 훨씬 나았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 느낌을 그래로 느낄 수 있었다. 발 볼부터 아치를 이어 뒤꿈치까지 이어져 제대로 연습을 하는구나 느껴졌다. 운동화를 신고 연습할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집 창문에서 현관까지 약 20보 거리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으며 몸의 감각에 집중했다. 보통 걸을 때처럼 앞발을 쭉 뻗어서는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았다. 차라리 무릎을 위로 살짝 드는 느낌으로 걸으니 발볼로 바닥을 밟을 수 있었다. 빠르게 걸어서는 동작을 느낄 수 없었다. 천천히 한 걸음을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몸에 움직임을 각인시켰다.


오른 무릎을 살짝 들면서 왼발로 뒷 바닥을 민다.

오른발 발볼이 먼저 바닥을 밟고 발바닥에 움푹 파인 아치가 바닥에 닿는다. 이어서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자마자 왼 무릎을 들면서 오른발 앞발로 바닥을 밀어 앞으로 향한다.


상체는 앞으로 기울이는 것보다 수직으로 세우는 것이 하체를 쓰기 편했다. 조금 더 빨리 앞으로 나가겠다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면 무게가 앞으로 쏠리며 앞발이 무거워지며 컨트롤이 잘 안 됐다.


그렇게 매일 집에서 10분씩 걸었다. 이렇게 연습을 하니까 평소 걸을 때도 미드풋 자세를 자동적으로 의식하게 됐다. 무심코 걷다가도 '아! 미드풋!'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의식해서 미드풋으로 걸었다.


한 달 정도 해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됐나 보다. 오른발 뒤꿈치 위화감도 많이 나아졌다. 이제는 달려도 될 것 같다.


지난 주말 여름휴가로 와이프랑 속초를 다녀왔다. 묵은 곳은 롯데리조트. 리조트 앞 외옹치 둘레길을 걸으며 살짝 뛰어봤는데 미드풋으로 천천히 달릴만했다. 계획은 다음날 새벽에 달리는 것이었는데 늦잠을 자버렸다. 역시 게으름이 몸에 배었다.

속초 롯데리조트 주변으로 조성된 외옹치 둘레길을 가볍게 달렸다.

그래서 오는 주말에 달려볼 계획이다. '천천히.'

그래도 수개월만에 다시 달린다니 다시 설렌다. 그리고 발 통증이 도지진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두근! 두근! 잘 달릴 수 있겠지? 제발!


그런데 주말에 비 온다며?과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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