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17-2
어느새 3월 말이 되어, 드디어 경주를 다녀왔다.
한 달 동안 기대했던 경주 여행, 벚꽃 시즌이라 호텔 예약이 안 되는 것을 우여곡절 끝에 황룡원 옆에 '더케이호텔경주'에 어렵게 예약했다.
네이버 지도로 보니 호텔에서 보문호수까지 북천을 따라 제법 가야 한다. 북천은 경주시의 지방 2급 하천으로 황룡동 골짜기에서 발원해 보문호수를 거쳐 시내를 지나 형산강에 합류한다. 지도로만 보니 실제로 보문호수가 얼마나 먼지 가늠이 안 됐다. 일요일 새벽에 무턱대고 지도를 보며 달릴 생각을 하니 슬슬 걱정이 됐다.
그래도 경주에 온 만큼 낮에는 대릉원 돌담길에서 벚꽃 구경을 하고, 황리단 길을 구경했다. 황리단 길은 경주의 관광 명소로 떠오른 길로 카페, 간식 가게, 식당,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길이다. 구경할 거리, 먹거리가 많았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황남쫀득이'가 기억에 남는다.
다행히 저녁 시간 맞춰 보문관광단지로 돌아와서, 산책 겸 호텔에서 보문호수까지 걸어갔다. 처음에는 길을 잘 몰라서 더케이호텔 앞의 엑스포로를 따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끼고 우측으로 돌아 보문로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힐튼호텔경주 앞으로 도로를 건너 스타벅스를 따라 난 길을 따라갔다. 초행길이라 그런지 왠지 길이 멀게 느껴진다.
그리고 북천이 보문호수로 합류되는 지점에서 보문호수를 바라보자, 자신감이 사라졌다. 눈앞에 광활한 보문호수가 펼쳐져 있다. 시선이 산책로로 따라 가는데, 저 멀리 반대편은 보이지도 않는다. 한 달 전에 들렸던 카페 '옐로우'는 기억상으로는 내가 서있는 쪽 왼쪽 보문호수 측면에 있을 텐데 보이지도 않는다. 8km가 아닌 것 같다. 한 바퀴가 마치 20km는 돼 보인다.
옆에서 같이 보문호수를 바라보면 여자 친구마저 보문호수의 넓음에 압도당했는지, "내일 아침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기 시작한다.
나 역시 보문호수에 압도당했다. 호텔에서 보문호수까지 오는 거리도 있는데, 보문호수를 과연 달릴 수 있을까? 나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달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어렵게 경주까지 왔는데, 달리지도 않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왔던 길과는 다른 북천을 따라 난 길로 갔다. 이럴 때 네이버 지도의 유용함을 실감한다. 네이버 지도가 없었으면 왔던 길을 그래도 갔을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 지도를 보니 호텔로 가는 다른 루트로 북천을 따라 한강 고수부지 같은 길이 나 있었다. 한강 고수부지 같은 길이면 달리기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길로 가 봤다. 저녁 시간이다 보니 강바람이 매서웠다. 하지만 조금 걷다 보니 오히려 바람이 시원했고, 콸콸콸 흐르는 북천의 물소리에 마음이 뻥하고 뚫리는 듯했다.
그리고 지도를 보니 북천을 따라 난 공원의 길이가 상당히 길었다. 정 안되면 북천 공원을 따라 달리면 되겠다 싶었다.
북천을 따라 호텔로 가보니 스타벅스까지 1km는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아침에 호텔에서 북천 공원을 따라 달리면 2~3km를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보문호수는 못 달리더라도, 마음에 위안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시원한 물소리와 물 내음을 맡으면서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스리슬쩍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나의 첫 원정 달리기 코스는 보문호수에서 호텔에서 보문호수까지 이르는 북천을 따라 난 길로 바뀌었다. 아쉽긴 했지만 미리 코스를 정해 놓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제 내일 아침 달리기만 하면 된다!"
3월 31일 오전 7시경 경주 보문호수 전경. 전날 이 풍경을 보고 보문호수 1바퀴 완주의 목표가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