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17-1
"오~ 달리면 재미있겠는데?"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보문호를 둘러싼 산책로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툭 튀어나왔다.
지난 2월 업무상 출장으로 경주를 다녀왔다. 그리고 잠시 짬을 내 보문관광단지를 구경했다. 호숫가에 위치한 카페 '옐로우'를 들렸다. 카페 창문 너머로 파란 호수물이 펼쳐져 있다. 넓었다. 호수 폭이 일산 호수공원의 2~3배는 되는 듯했다. 호수 건너편에 힐튼호텔,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 등 으리으리한 호텔들이 아득하게 보인다. 경주에서 각종 국제회의가 열리는 곳이 보문관광단지다. 그리고 2024년 APEC 회의를 보문관광단지에서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길게 늘어선 다양한 호텔들을 보니 마치 미국 서부 라스베이거스가 떠올랐다. 라스베이거스를 관통하는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길을 따라 양 옆으로 베니치안, 벨라시오, MGM 그랜드, 시저 팰리스 등 화려한 각양각색의 호텔들이 줄지어 서 있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을 따라 각 호텔을 방문해, 호텔을 구경하기만 해도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 그런데 보문호를 따라 늘어선 힐튼호텔경주, 코모도호텔경주, 콩코드호텔, 소노호텔&리조트, 라한셀렉트경주 등 호텔들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저 호텔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가 카페 밑으로 나 있는 산책로에 눈이 멈췄다. 보문호수를 따라 나 있는 보문호 산책길이었다. 산책길을 보는 순간 '저 길을 따라 달리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대중으로 호수 크기를 가늠해 보니 한 바퀴에 대략 10km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직관적으로 일산호수공원의 두배 크기 정도 돼 보였다.
경주문화관광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산책로는 보문호 산책로로 보문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약 8km의 구간(그래도 눈 대중이 어느 정도 근접했다!)으로 한 바퀴 모두 둘러보는데 넉넉하게 걸어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곳곳에 물너울공원, 사랑공원 등의 소규모 공원과 물너울교, 호반1교와 같은 호수 위 다리, 피크닉테이블 등의 편의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다. 보문호 산책로는 봄철 벚꽃 명소로 유명하다. 호반 둘레를 수놓는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흐드러져 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처음이었다. 어느 지역을 보고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서울에서는 한강고수부지를 지나가며, 달리는 러너들을 종종 봤다. 하지만 저곳을 꼭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보문호 산책로를 보자 달리고 싶은 욕구가 슬금 슬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달릴 생각에 설레였다.
한 바퀴에 8km.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올해 들어 매주 1회는 10km 달리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래서 한 바퀴가 8km라면 충분히 달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막연하게 언젠가는 달려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경주를 맛보기로 둘러보면서, 여자 친구와 같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특히 한정식집 '옛정 한정식'에서 푸짐한 상차림을 보며, 여자 친구가 좋아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경주 출장을 다녀와서, 여자 친구에게 경주 이야기를 하다가 3월 말에 주말에 벚꽃 시즌에 맞춰 경주를 다녀오기로 했다.
그래도 여자 친구에게 늘 고마운 것이 내가 달리기에 빠져있는 것을 이해해 주는 점이다. 이번 경주 여행도 내가 보문호 산책로를 달려보고 싶어 하는 것을 이해해 줬다.
3월 말 경주 여행이 다가올 때까지 보문호 산책길을 달리는 상상을 해 봤다.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길을 어떻게 되어 있을까? 날씨는 어떨까? 한 바퀴 돌면 어떤 기분일까? 기대감에 설레었다.
※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 따르면 경주 보문 단지는 경주 시가지에서 동쪽으로 약 10여㎞ 정도 떨어진 명활산 옛 성터에 보문호를 중심으로 조성되었다. 보문관광단지는 전 지역이 온천지구 및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있고 도로, 전기, 통신,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이 완비되어 있으며, 컨벤션시티로의 육성, 보문관광단지와 연계한 감포 관광단지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등 국제적 수준의 종합관광 휴양 단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경주 보문 단지는 총 8,000,036m²(242만 평)의 대지에 국제적 규모의 최고급 호텔, 가족단위의 콘도미니엄, 골프장, 각종 수상시설, 산책로, 보문호와 고사분수 등 수많은 위락시설을 갖춘 경주의 사랑방이라고 일컫는 종합관광 휴양지이다. 경주지역에는 특히 벚나무가 많다. 어느 특정 지역에만 많은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벚꽃 천지인 것이 다른 지역과 다르다. 4월 개화기 때에는 발길 닿는 곳마다 온통 벚꽃 천지이지만 그중에서 특히 이곳 보문호 주위와 불국사 공원 벚꽃이 한층 기염을 토한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꽃송이가 눈발처럼 날려 환상적인 경관을 연출한다.
경주보문관광단지 지도. 우측하단 더케이호텔에서 나와 보문호수를 한 바퀴 도는 것이 원정 달리기의 목표였다.(출처: 네이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