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보니 금연까지(2)

런린이 다이어리 16-2

by 견뚜기

달리다 보면, 매 순간순간 '멈추고 싶은' 유혹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유혹을 하나하나 이겨나가다 보면, 유혹을 극복하는 것이 습관이 된다.


달리는 내내 몇 번이나 유혹이 속삭인다. 달리기 체력이 생기면서 좀 나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종종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침에 비 오는데 뛰러 나갈 거야?', '오늘 바람이 세 보이는데 내일 뛰어', '숨찬데 걸을까?', '오늘은 왠지 다리가 무겁지 않아?', '힘드니까 속도를 더 늦춰봐', '일산호수공원 한 바퀴면 충분히 운동이 됐잖아. 그만 뛰어도 돼!' 등 끊임없이 유혹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돈다. 그래도 꿋꿋하게 두 눈 딱 감고 달리면 머릿속의 유혹의 목소리가 금세 조용해 지곤 한다. 이렇게 매일 유혹의 목소리에 굴하지 않고 5km 이상 달리기 또는 일산호수공원 1바퀴라는 최소한의 목표를 이루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단단해졌다.


필라테스를 하면서도 유혹을 참는 순간은 자주 있다. 운동 강도가 높아지면 괴로움이 찾아온다. 예를 들면 스쿼트 자세를 하면서 10회를 하고 마지막에 내려가서 버틸 때, 양 허벅지가 '터질 것'같은 통증이 느껴진다. 자세를 풀고 싶은 욕구가 마구 치솟는다. 몸이 힘드니 나도 모르게 호흡이 짧아지거나, 숨을 꾹 참고 있다. 옆에서 필라테스 LS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견뚜기님~ 숨 쉬어요!"


그럴 때,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심호흡을 하고 나면 근육의 고통이 줄어든다. 그러면서 이 고통이 어느 순간 '이렇게 하다 보면 내 허벅지가 더 세질 거야'라는 성취감으로 바뀌면서, 참을 만 해진다. 이 같은 경험들을 통해 유혹을 참고, 극복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 몸과 마음에 새겨졌다.


그리고 20대부터 30년간 피워왔던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 지난 6월 문뜩 담배를 참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1년간 체내 쌓였던 니코틴도 많은 부분 땀으로 배출된 탓인지, 담배가 생각나는 주기가 길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참아 봤다. 첫 일주일은 담배에 대한 욕구가 간절한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침에 달리고 나면 담배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 그리고 하루를 보내다가 담배 생각이 날 때,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나면 욕구가 가라앉았다.


사실 금연을 할 때, 가장 힘든 것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이다. 담배를 참으면 가슴에서, 폐에서 담배의 화학 물질을 강하게 원한다. 한 모금만 빨면, 가슴이 후련해질 텐데, 이 답답한 기분이 사라질 것 같은 기분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그 고비가 첫 일주일이 가장 심했다.


그런데 오전에 달리고 나면 그 욕구가 많이 가라앉는다. 그리고 땀으로 수년간 쌓였던 니코틴이 '쭉~ 쭉~' 배출되는 기분이 들어, 뭔가 금연에 더 도움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에 수차례를 담배의 유혹을 이기고, 그렇게 하루가 2일이 되고, 일주일을 보냈다. 어느덧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잘 참고 있다.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로 담배를 참는 것이 그렇게 까지 괴롭고 힘들지 않았다. 지금도 딱히 담배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대로 쭉 참아볼 생각이다.


담배를 끊고 나니, 달리면서 호흡이 한결 더 편해진 기분이다. 그전보다 같은 거리를 똑같이 달려도 숨이 덜 가쁘고, 가래가 없으니 호흡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졌다. 그렇게 담배를 끊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찾았다.


달리기에 빠지면서 매 순간순간 멈추고 싶은 유혹을 참았다. 그러면서 나를 이기는 법을 고민했다. 사실 유혹에 굴복해서 실패한 날도 많았다. 그러면 다음날 달리면서 어제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으니, 오늘은 꼭 목표를 이뤄보자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나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 한계를 계속해서 깨 가는 것이 이제는 그렇게 까지 어렵지 않다.


특히 머리로 따지지 말고, 일단 해보면 된다는 것을 매일 몸소 깨닫고 있다. 머릿속으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막상 해보면 할 만했다. 이는 업무나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판단이 매사 정확한 것은 아니다.


5km를 넘어 달리면 체력이 고갈돼서 쓰러질 것 같았지만, 막상 평소 내 페이스보다는 조금 떨어졌을지라도 꾸준히 달릴 수 있었다. 지금은 10km 넘게 달리는 것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허들을 자주 넘다 보니, 새로운 목표가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10km 달리기를 할라 하면 '할 수 있겠어?', '그걸 어떻게 해?'라는 생각에 한숨부터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거리를 늘리다 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며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2024년에는 최소 주 1회 정도는 호수공원 2바퀴, 약 10km를 달리며 거리를 늘려가고 있다.


달리기의 순기능 중 하나가 바로 순간의 유혹을 참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내 몸은 물론이고 마음도 단단해지고 있다.


"유혹을 이기는 것도 습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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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또는 멈추고 싶은 나약한 마음을 달래 가며 원하는 거리의 달리기를 마쳤을 때, 나 스스로를 이겼다는 성취감은 나의 자신감을 고양시킨다. 일산호수공원에서 일산문화공원으로 넘어가는 일산 노루목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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