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보니 금연까지(1)

런린이 다이어리 16-1

by 견뚜기

"헉! 헉! 헉! 헉!"


어느새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일산호수공원을 2/3 정도 달렸을까, 집에서 나왔을 때는 어두컴컴했는데, 어느새 날이 밝아온다. 호수공원의 가로등이 슬그머니 꺼졌다. 집부터 계산하면 거리상으로는 4km는 달렸다. 아직 다리는 무겁지 않다. 다만 호흡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문뜩 '조금만 더 달릴까? 숨찬데, 여기까지만 달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부러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깊게 심호흡을 하며, 머릿속의 잡음대신 호흡에 집중한다.


달리기에 익숙해져도, 걷고 싶은 유혹은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초창기에는 달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종아리 근육이 아파올수록, 그리고 호흡이 거칠어질수록 걷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도 나의 마지노선인 최소 일산호수공원 1바퀴를 완수하기 위해, '거의 다 왔어!'라며 마음을 다 잡고 달렸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달리기가 익숙해지자 새로운 함정이 나타났다.


일산호수공원 한 바퀴, 5km 달리기가 익숙해졌을 때, 이제 거리를 늘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를 높여 완주 속도를 줄이거나 거리를 조금씩 늘리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싶어졌다. 일단 목표는 10km 쉬지 않고 달리기!


그런데, 5km를 달리고 나면 항상 의욕이 급격이 떨어진다. 호수공원 한 바퀴(4.71km)를 돌고 300m 정도 더 달리면, 스마트워치가 5km 달렸다는 진동을 알려준다. 그와 동시에 몸이 무거워진다. 5km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그동안 참아왔던 걷고 싶은 유혹이 고개를 들며, 결국 5km만 달리고 멈춘 적이 여러 번이다.


5km에서 100m를 더 달리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졌다. 아니 5km 진동이 울리고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조차 발이 무거웠다. 어느새 일단의 목표였던 5km가 이제는 거대한 벽이 되었다. 5km 달리고 나면, 이미 몸도 지치고 심리적으로도 지친 상태다 보니 멈추고 싶은 유혹은 더 크게 느껴졌다. 머릿속에서는 '더 뛸 수 있어'라고 말하는 천사와 '이미 충분히 뛰었어! 쉬어도 돼!'라고 외치는 악마가 또 치열하게 싸운다. 달리기가 적응되면서 천사와 악마는 사라진 줄 알았는데, 몸과 마음이 지치면 어김없이 '짜잔'하고 나타난다. 그리고 대부분 악마의 외침에 넘어갔다. 그렇게 몇 달을 5km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해결책은 처음 달리기를 할 때와 같았다. 저속으로 체력을 비축하며 거리를 늘려나가는 것이었다. 체력이 생기면, 유혹의 목소리가 나설 틈이 없다. 그리고 힘들어도 깊게 심호흡을 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진정된다.


2022년 12월 18일, 눈이 수북이 쌓인 아침 호수공원을 달리러 나섰다. 눈길이라 '오늘은 슬슬 뛰자'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미끄러지지 않게 발걸음에만 신경 쓰며 뛰었다. 눈이 와서 그런지 뛰는 사람도 평소보다 적었다. 그렇게 계속 뛰었다. 속도가 느리다 보니, 5km를 달려도 체력에 큰 무리가 되지 않았다. 몸이 힘들지 않으니 내면에서 악마의 외침도 적어졌다. 그래서 5km를 달리고 '더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뛰었다. 그리고 호수공원 한 바퀴를 더 달렸다. 이날이 난생처음으로 쉬지 않고 10km를 달린 날이다.


5km를 달렸다는 것을 의식하지 말고, 그냥 달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달리다 보면 5km를 넘을 수 있다. 다만 5km가 넘어가면 일부러 천천히 뛴다. 그래야 몸이 비명을 지르지 않으니까. 요즘에는 7km~8km를 달리고 있다. 지금은 속도보다 거리와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목표다.


평일에 러닝머신 달릴 때도 마찬가지다. 30분이 벽이다. 30분이면 5km를 뛰는데, 30분이 넘어가면 의욕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일부러 더 시간이나 거리를 안 보고 달리는데 집중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뛰어보자. 몸이 아직 괜찮다고 한다.'라며 나 스스로를 달랜다.


이럴 때 내 몸, 특히 하체 상태를 느끼는 것이 큰 힘이 된다. 내 몸은 정직하다. 아직 더 달릴 수 있다. 그래서 30분이 넘어가면 일부러 발을 더 빠르게 움직이거나, 팔 스윙을 강하게 자극을 준다. 그래도 내 몸은 무리가 없다는 것을 느끼며, 계속 달린다.



겨울철 밤새 눈 온 날 새벽 일산호수공원 조깅 코스. 눈 길을 천천히 달리다 보니, 난생처음으로 10km를 쉬지않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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