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가 마냥 지겨워지는 마음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시기가 오기도 한다. 그럴 때는 다른 운동을 접목해 보는 것도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100km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을 달리고 나서 '사랑하는' 달리기에 질렸다고 회상한다. 그는 그걸 극복하기 위해 철인 삼종을 시작했다. 달리기 뿐만 아니라 수영과 사이클을 병행하니, 기분도 리프레시되고 새로운 도전으로 다시금 운동을 하기 위한 활력을 얻었다.
나 역시 매주 주말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며 달리기에 지친 심신을 리프레시한다. 다양한 스트레칭과 자세를 연습하며, 다리 근육, 복근 등이 풀리며 몸이 개운해진다. 그러면 다음날 또 기분 좋게 달리곤 한다.
아니면 강한 운동으로 다리 근육에 근육통이 온 날은 뭉친 근육을 푸는 기분으로 달린다. 그러고 나면 근육통이 좀 나아진다. 운동으로 뭉친 근육은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는주의다.
아킬레스건염증이 왔을 때, 뛰는 대신 걸으면서 운동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근육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처음 달리기에 빠지면서 달리기 체력을 늘리고 싶었다. 왠지 근육 운동 하는 시간도 아까웠다. 그래서 그 시간에 더 달렸다. 하지만 아파서 당분간 달리지 못하니 대체 운동으로 스트레칭 시간을 늘리고 스쿼트나 런지, 필라테스 수업에서 배운 코어 운동을 병행했다. 30분 걷고, 나머지 20분~30분은 스트레칭과 근육 운동을 했다.
근육 운동을 하면서 가장 놀란 점은 달리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체 근 지구력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달리기를 하면서 근육에 힘이 붙은 것이다. 그전에는 맨몸 스쿼트를 쉬지 않고 100개 하면 허벅지가 묵직했다. 그런데 지금은 맨몸 스쿼트를 10분 동안 쉬지 않고 200개를 해도 다리에 부담이 없었다. 20분 동안 400개까지 해봤는데 다리에 큰 무리는 없었다. 이렇게 달리기를 통해 체력이 좋아진 것을 실감하니, 달리기가 더 좋아졌다.
그리고 스쿼트나 런지를 하고 난 다음날 달리면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힘이 달랐다. 왠지 달리기만 할 때보다 다리를 내딛는 동작에 힘이 붙은 기분이었다. 다리가 가벼운 느낌과는 다르다. 확실히 근육 운동을 한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근육 운동을 한 다음날 달리기가 어떤 느낌일지 더 기대된다.
최근에는 맨몸으로 하는 스쿼트나 런지 횟수를 줄이는 대신 무게가 있는 바벨을 들고 하체 운동을 하고 있다. 필라테스 LS 선생님이 나한테는 근 지구력보다는 근육에 힘을 내는 운동이 더 적합할 것 같다는 코칭을 해줬기 때문이다. 역시 주변에 의사, 변호사, 회계사 그리고 좋은 운동 코치 한 명이 있으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 맞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영 무거운 날은 하루나 이틀정도 쉬는 것도 좋다. 몸이 무겁다는 것은 몸이 무리를 하고 있다고 나에게 보내는 신호다. 아니면 발목이나 무릎에 불편함이나 통증이 느껴지는 것도 몸이 피곤하다는 징후다. 그럴 때 무리하면 결국 몸에 탈이 난다. 하루 이틀 쉬면 될 것을 미련 맞게 운동을 계속해서 다치거나 부상이 오면 한동안 운동을 강제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나는 아킬레스건염증 이후 몸이 과도하게 무겁다 싶으면 보통 하루 정도 쉰다. 비록 마음은 불편하지만 휴식을 취하고 난 후 달리면, 다리가 한결 가볍다. 그런 날은 왠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달리게 된다. 휴식이 참기 힘들지만, 휴식 후 달릴 때 그 몸이 가벼운 느낌도 참 좋다.
아무리 달리기가 좋아도 누구나 힘들고 지치는 순간은 온다. 그럴 때일수록 근육 운동이나 다른 운동을 해서 기분 전환을 하거나 또는 휴식을 취하고 나면, 다음 날 좀 더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