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뛰어!(1)

런린이 다이어리 15-1

by 견뚜기

달리기를 시작한 게 2022년 5월 22일이니, 1년 10개월이 지났다.


지난 1년 10개월간 소위 달리기에 미쳐 살았다. 지금도 미쳐있긴 마찬가지지만. 매일 아침 눈을 뜨고 5km를 달리고, 잠자리에 누워 내일 아침 달릴 생각에 설렘에 눈을 감았다. 그러다 보니 평균적으로 주 5일은 매일 5km 이상은 뛴 것 같다.


마음 같아선 매일 달리고 싶지만, 몸에 무리가 와서 강제 휴식을 했고 그 후에 주 2일은 강도 높게 걷는 운동으로 바꿨다. 비가 오거나, 전일 과음을 했거나, 몸이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겼을 때를 제외하곤 달리고 달렸다. 못 달린 날은 하루 종일 달리고 싶어 안달을 했다. 지금도 내일 달릴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레곤 한다.


한마디로 달리기에 중독됐다. 그런 나도 오늘따라 왠지 쉬고 싶은 날이 있다. 그냥 유난히 뛰기 싫은 날이 있다.


오늘(글 쓴 날 기준) 2024년 3월 1일 같은 날이다. 2월이 지나 봄이 코 앞이건만 핸드폰의 오늘의 날씨는 영하 3도를 가리켰다. 그런데 막상 밖으로 나가보니 칼바람이 양 볼을 세차게 때린다. 역대급 꽃샘추위였다. 새벽 달리기의 매력은 겨울이건 여름이건 바람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겨울이라도 바람이 없으면 달릴만하다. 그런데 3월 첫날 새벽에 칼바람이라니. 이런 날은 정말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싶다. 그나마 마스크를 들고 나와서 달렸지, 마스크마저 없었으면 그냥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어느 날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머리가 멍하다. 잠을 설쳐서인지 아니면 깊게 못 자서 그런 지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다. 이런 날은 몸이 무겁고, 한발 한 발이 내딛는 게 힘들다. 혹은 전날 과음이라도 한 날은 십중팔구 잠을 깊게 못 자서 술이 덜 깬 기분이다. 체내 알코올을 빼내는 해장 운동을 해도 심리적으로 힘들기만 하다. 머릿속에서 '뛰기 싫어! 걷고 싶어!'라는 목소리가 아우성이다. 그리고 과음하지도 않았는데 괜스레 몸이 무겁다. 이런 날은 과음하고 운동하면 간에 무리가 간다는 말이 어찌나 잘 기억이 나는지.


또는 무리한 운동 일정으로 몸이 무거운 날도 있다. 휴식이 필요한데 휴식 없이 운동을 한 탓에,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고, 움직임이 둔하다. 허벅지 근육을 억지로 들고 달리는 것 같다. 그렇게 달렸는데 웬만하면 몸에 열이 오르면 다리가 풀리는데, 달리는 내내 다리가 무거운 날이 있다.


달리기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는지, 아니면 너무 익숙해진 것인지, 아침에 달리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 며칠 전에는 다음날 일기예보를 보니 토요일 오전에 비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자면서 내내 오전 5시쯤에 비가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비가 와 땅이 젖은 것을 확인하고 편한 마음으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 편하면서도 내심 '나도 슬럼프인가?' 하는 위기감이 들었다. 얼마 전만 해도 밤새 비가 안 오기를 간절하게 바래며, 중간중간에 깨서 창 밖을 확인하고 땅이 마른 것을 보고 안심하고 다시 잤었는데.


그래도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다는 게 이렇게 몸과 마음이 무거운 날에도 정신을 차려보면 주섬 주섬 옷을 입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있다. 그리고 일단 나가서 뛴다. 밖에 나가서 천천히 달리면서 몸을 달구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일어났을 때의 귀찮은 마음도, 무거운 몸도, 발 근육의 불편함도 어느새 사라지고 평상시처럼 달리는 것이 오히려 편안해진다. 호흡도 안정적이다. 그리고 속으로 '오늘도 달리기를 잘했어'라는 생각을 한다. 아마 안 달렸으면 찌뿌두둥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나는 달리기에 푹 빠졌다. 그런 나도 가끔은 달리기 싫은 날이 있다. 그래도 달리는 것은 즐겁다.

keyword
이전 02화필라테스를 배워 달리는 것이 더 재미있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