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14-2
그런 필라테스가 달리기에 빠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우선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있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조금만 뛰어도 종아리 등 다리 근육이 아파오고, 호흡은 헐떡이며 달리는 것 자체가 괴로워서 달리기를 이어가기 힘들었다. 그런데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코어 근육이 단련되니, 몸의 움직임이 한결 편했다. 전 같으면 하체 근육만 써서 달렸겠지만, 코어 근육과 하체 근육을 함께 쓰니 달려도 힘들지 않았다. 내 몸이 어느새 달릴만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코어 근육이 단련되어 달리기가 편해졌다. 동시에 달리기를 통해 체력이 길러져서 필라테스 여러 동작이 한결 수월해졌다. 나에게 필라테스와 달리기는 상호보완의 관계다.
그리고 좋은 운동 멘토, LS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1년 넘게 수업을 들으면서 LS 선생님에게 필라테스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운동에 대한 다양한 지식도 배울 수 있었다. 천천히 오래 달리기를 해볼 것을 권해 줘서,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 LS 선생님이다. 그리고 이 방법이 달리기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에서 시작되는 저항감을 극복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천천히 달리니 몸과 마음이 전혀 괴롭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달리면서 이번주는 1km, 다음 주는 2km, 그다음 주는 3km로 거리를 늘리다가, 일산호수공원을 쉬지 않고 1바퀴(4.71km) 달렸다. 그렇게 조금씩 달리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LS 선생님은 또한 호수공원을 매번 그냥 달리면 지루할 수 있으니, 고정된 시간에 더 빨리 달리기, 아니면 속도에 변화를 주는 인터벌 달리기 등 다양한 응용법을 알려줬다. 이외에도 운동에 관해 고민이나 궁금한 점이 생기면 가장 먼저 LS 선생님에게 자문을 구하면, 적절한 답변이나 조언을 받는다.
필라테스 수업에서 배운 근육의 움직임이나 호흡법을 달리기에 적용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특히 마시는 호흡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서는 달리면서 어떻게 하면 숨을 깊게 많이 들이마실까 고민하곤 했다. 그런데 갈비뼈를 넓혀서 폐가 늘어나는 공간을 최대한 넓히는 필라테스 호흡법이 해결책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달리면서 시험해 보고 있다. 아직도 잘은 안되지만, 생각날 때 연습을 해보고 있다.
달리기를 하면서 의식적으로 신경 써서 해보는 자세는 달리는 자세가 양팔과 양다리가 아닌 몸통(코어)의 큰 근육에서 움직임을 시작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고 있다. 롱박스 위를 계단 오르듯이 오르거나, 보수 위에서 달리는 자세를 할 때, 팔 스윙이 너무 작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그래서 달릴 때 팔 스윙도 일부러 크게 해 본다. 그러면서 팔의 움직임을 팔이 아닌 두 날개뼈 주변 근육으로부터 시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달리기를 하면서 단순히 다리가 아닌 하복부나 골반으로부터 시작하는 하체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그로부터 움직임을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달리다 보면 어느새 자세나 호흡에 대한 생각을 까먹고 아무 생각 없이 달리곤 한다.
한편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봤다. 지난 2년간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가장 크게 좋아진 점은 어떤 점을 꼽을 수 있을까? 코어 근육 강화? 체력? 자세 교정?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내 몸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진 것을 꼽고 싶다.
필라테스가 동작을 할 때, 미세한 근육 움직임까지 인지를 하면서 운동을 하다 보니, 달리면서도 내 몸 상태를 좀 더 민감하게 느끼게 된다. 보폭, 발의 높이, 상체의 기울기, 팔의 스윙, 몸의 밸런스 등 여러 부분의 움직임에 대해 느끼고 고민하고, 달리는 자세의 미세한 변화를 시험해 보게 된다. 그러다가 자세가 편하면 계속 유지하고, 무리다 싶으면 원래 자세로 달린다. 예를 들면 최근에는 상체 기울기에 집중하고 있다. 상체를 기울여 달리는 것보다 꼿꼿이 세워서 달리는 게 전체적으로 다리가 지탱하는 몸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다. 그래서 상체를 세워서 달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만의 자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때문에 나에게는 내일의 달리기가 항상 설렌다.
결과적으로 보면 나는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배우면서 달리기에 빠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필라테스를 배웠기 때문에 달리기 자체를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필라테스를 배워 달리는 것이 더 재미있다."
일산에 내가 다니는 필라테스센터 '필라테스온'(표지 사진). 캐딜락 위에서 복근 운동인 티저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필라테스를 통해 복근 등 코어 근육이 강화되니, 달리는 것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