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원정기:보문호를 달리다(1)

런린이 다이어리 18-1

by 견뚜기

"시원하다."


경주 새벽 공기는 '차다'와 '시원하다'의 경계에 걸쳐 있었다. 숨을 크게 들어 마시니 차다면 차고 시원하다면 시원한 공기가 폐로 깊게 들어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간은 6시 30분, 이미 날이 밝았다. 진짜로 봄이 왔나 보다. 아침 6시 반인데 이미 날이 밝다니. 주말 새벽 어두울 때 조깅을 시작했는데, 이미 날이 밝은 상태에서 달리는 것이 왠지 어색했다. 그러면서도 낯선 길을 처음 달리는데, 어두운 것보다는 날이 밝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다행히 기온은 5도~6도였지만,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바람막이 안에 후드를 입고 나오길 잘했다 싶다.


더케이호텔 경주 입구를 나서며 워밍업 차원에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10km/h보다 늦은 속도로 달린 듯하다. 가볍게 스트레칭은 했지만, 그래도 몸이 달궈질 동안은 천천히 달렸다. 사실 길이 생소하다 보니빨리 달리기 어렵기도 했다.


어차피 초행길인데 새로운 코스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느긋한 마음으로 달리기로 했다. 시간이나 속도에 연연하지 않고 천천히 달리니 발걸음도 가볍고, 호흡도 안정적이다.


더케이호텔경주 입구를 나와 길을 건너 왼쪽 방향인 신라교로 향했다. 황룡사지 9층목탑을 재현해 놓은 황룡원 중도타워를 끼고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GS25 편의점을 지나, 신라교 옆에는 북천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내려가 북천을 따라 천천히 달렸다.


강가여서 그런지 새벽 공기가 더 차게 느껴졌다. 찬 공기가 달궈지기 시작하는 몸의 열기를 식혀 준다. 신라교에서 신평교까지 약 700m~800m 거리를 달리는데, 북천 강물살이 세차게 흘렀다. 강물이 과격하게 콸콸콸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물이 빠르게 흐르는 소리를 들으니, 심장 박동도 그에 맞춰 빨라졌다.


전날 저녁 변경한 계획은 북천을 따라 달리다가 신평교에서 턴해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달려보니 생각보다 거리가 짧았다. 1km를 알리는 스마트워치의 진동도 울리지 않았다. 더 달릴 수 있었다. 그래서 보문호 산책로 입구까지 더 달려보기로 했다.


북천에서 신평교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와, 도로를 건너 스타벅스를 행했다. 어제만 해도 달리는 차들로 건너기가 어려웠는데, 역시 새벽 달리기의 매력 중 하나는 텅 빈 도로를 자유롭게 달리는 것이다. 텅 빈 도로를 보며 차 없는 도로를 가로지를 때, 해방감이 느낀다. 물론 양 방향에서 차가 오는지 두리번 두리번은 필수다.


아직 이른 시간인지 스타벅스 매장이 어둡다. 영업 전이다. 스타벅스를 지나치니 보문호 산책로로 향하는 도로가 나온다. 도로 양 옆에 벚나무가 늘어서 있어 벚꽃이 이제 막 피기 시작하며, 벚꽃길이 열렸다. 벚꽃 시즌이라 인파가 몰리는 길이다 보니, 초입부터 차량 진입이 막혀 있다. 새벽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다. 말 그대로 벚꽃길 황제 달리기 시간이다. '벚꽃이 좀 더 만개했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지금 이 순간 이렇게 벚꽃을 즐기면서 달릴 수 있는 것이 어디냐?'라며 벚나무들을 지나쳐다.


벚꽃길이 막히고 양 옆으로 길이 나 있다. 오른쪽은 힐튼호텔경주로 이어지는 길이고, 왼쪽으로 내려가 징검다리를 건너 테마파크인 경주월드 방향으로 가면 보문호 산책로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어제 둘러본 길이 경주월드를 지나면 나오는 보문호 산책로 입구다 보니, 어차피 입구까지만 달릴 거라 어제 가본 길로 방향을 틀었다.


나중에 달리기를 마치고 산책 겸 힐튼호텔 방향으로 난 산책로로 가봤다. 호텔들이 있다 보니 좀 더 볼거리, 쉴 거리가 많았다. 그리고 벚꽃이 좀 더 많이 피어있었다. 새벽 달리기를 하면서 힐튼호텔경주 방향으로 달렸으면, 좀 더 오래 달렸을 것 같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KakaoTalk_20240331_175748308_02.jpg
KakaoTalk_20240331_175744420_02.jpg

더케이호텔경주에서 보문호로 가는 북천 공원의 모습(왼쪽). 신평교를 건너, 스타벅스를 지나면 벚나무가 늘어선 길이 나온다. 벚꽃이 좀더 만개했으면 장관이었을 것 같았다.(오른쪽)

keyword
이전 09화첫 원정기: 경주 보문호를 가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