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무르익어가는 사람들

11시 따뜻한 디카페인 바닐라라테

by 신지원

늘 새로운 이야기들이 시작되는 이곳에는 차마 위로하기도 어려운 저마다의 끝에 대한 이별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훔치다 간 손님도 있었고 담담하게 전하는 속얘기에 나도 눈물을 참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지난번, 귀여운 책갈피를 선물해 주었던 단골손님이 한 동안 보이지 않다가 오랜만에 조금은 야윈 모습으로 나타났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하, 정신이 없었네요.”

사부작사부작 내가 커피를 준비하는 동안 말없이 창문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평소와 달라 보였다.

생각보다 뒷모습은 많은 걸 보여준다. 오히려 얼굴 표정보다 더 진솔한 속 마음이 읽힐 때도 있다. 부로 아는 척하지 않고 평소처럼 커피를 건넸다.

“맛있게 드세요.”

한두 모금 커피를 마신 손님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며칠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너서요. 한동안 못 왔네요.”

손님이 키우던 고양이 이야기였다. 마음은 아픈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한숨만 쉬었다.

“아직 쓰지도 않은 물건도 많고…. 누워있던 쿠션이랑 이불은 그 자리에 뒀어요. 정리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죠.. 바로 그렇게 정리할 순 없죠.”

“마지막까지도 어찌나 얌전하던지, 많이 힘들었을 텐데”

15년 동안 함께한 녀석이라 했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가족을 잃는 슬픔에는 경중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눈이 그렁그렁 해지다가 일하러 갈 시간이 되었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리고 몇 주가 흘렀다.

나뭇가지에 붙어있던 이파리가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 때까지 그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많이 슬퍼하실 텐데 그때 내가 좀 더 따뜻한 위로를 건넸으면 좋았을까? 하지만 가늠할 수 없는 슬픔에 감히 값싼 위로를 건넬 수는 없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마음으로 내 위로가 닿기를 바라며 오늘도 이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