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무르익어가는 사람들

6시 그 남자 2

by 신지원

그 남자와 약속한 일요일 저녁이다. 상기된 표정으로 카페 문을 열고 남자가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아! 네 오셨어요. 잠시 만요, 정리 거의 다 했어요.”

마지막 남아 있는 행주를 빨며 이야기한다.

“천천히 하세요. 제가 조금 일찍 도착했어요.”

설레긴 하지만 뭔가 편안하다. 카페 불을 모두 끄고 함께 문을 열고 나온다.

“하하 저도 같이 퇴근하는 기분이네요.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사장님.”

남자가 말한다.

“네,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제가 성함을 아직 모르네요.”

“저는 박재민이라고 합니다.” 손을 가슴팍에 대고 똑바로 서서 말한다. 남자의 동작을 따라 하며 나도 대답한다.

“전 강연지라고 해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어색하지만 예쁘게.

그러다 재민 씨가 먼저 말을 돌린다.

“오늘 바빴어요?”

“일요일은 오전, 오후 바짝 바쁘다가 저녁엔 일찍 사람들이 빠져나가더라고요. 그래서 마감정리도 평소보다 일찍 끝났어요.”

“오늘 되게 기다려졌어요. 원래 일요일 싫어하는데.”

“하, 직장인들한테 일요일은 괴롭죠. 오늘 맛있는 거 먹으면서 내일 일은 잠시 잊읍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금세 식당 앞에 도착했다. 작은 서점 옆에 숨겨진 듯 보이는 작은 술집. 일요일에도 가게 안에 사람이 꽤 있었다. 다행히 우리가 앉을 2인석 자리가 남아 있었다. 작은 테이블에 함께 앉으니 서로의 거리가 꽤 가까워졌다. 괜히 설렜다. 음식을 주문하고 맥주도 마셨다. 술이 들어가니 속마음도 술술 흘러나왔다.

“저는 원래 불편한 사람이랑 밥 잘 못 먹거든요. 입맛이 없어진 달까…”

“근데 우리 지금 교자 세 접시 째에요! 잘 먹는 모습이 정말 예뻐요.”

“아하하, 그래요? 재민 씨는 사람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어요. 저 정말 원래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남자가 웃는다. 식당 안 조명이 약간 어둡지만 빨개진 얼굴이 빛나는 것 같다. 겨우 맥주 반잔에.

귀엽다고 생각했다. 2시간가량 대화하면서 재민 씨가 이소룡과 성룡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과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때때로 자전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탔지만 지금은 게임으로만 운동을 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자기 얘기하는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투명하고 숨김없는 사람도 참 오랜만에 본다.

“우리 이제 내일을 생각해야 할 시간인 것 같아요.”

내가 먼저 말을 돌린다. 아쉽지만 보내줘야 할 시간이다.

“전 진짜 괜찮은데, 연지씨 피곤해요?”

“우리 둘 다 더 있으면 내일 피곤할 거예요. 이제 가요. 다음에 또 만나서 얘기해요 우리!”

이런, 내가 먼저 애프터를 신청하다니. 말실수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여차하면 카페에서 또 볼 거라는 얘기라고 둘러대야지.

“네 그래요! 그러면… 핸드폰 번호 주실래요? 연락하고 보려면…”

쭈뼛거리며 핸드폰을 건넨다.

“그죠, 네네”

핸드폰을 건네받으며 손이 살짝 닿는다. 우리 둘 다 흠칫 놀랐지만 티는 내지 않는다.

“연락해요. 저는 여기서 버스 타고 가면 돼요. 오늘 정말 잘 먹었어요.”

“네! 저 아마 내일 저녁에 또 카페 들를 거예요. 내일 봐요.”

작별인사를 나누고 집에 가는 길, 무심코 버스 창문을 열었다. 밤공기가 갓 구운 브라우니 마냥 달큰하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