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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주일의 기도와 추억 속으로

목사님과의 만남

by 시니어더크

2024.11.24(일) 맑음


정숙 씨,

오늘은 주일이에요. 몇 년 동안 당신과 나란히 앉아 영상으로 예배를 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당신이 몸이 힘들 때는 누운 채로라도 예배를 드리곤 했죠. 그런 당신과 함께했던 주일이 그립습니다. 이제는 당신이 없는 현실 속에서 영상 대신 직접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기로 했어요. 오늘 아침엔 아들과 딸과 함께 주내감리교회에 갔답니다.


교회에 도착한 건 10시 25분쯤이었어요. 입구에서는 오 장로님이 환한 얼굴로 맞아주셨고, 2층 예배당 앞에서는 사모님이 계셨어요. 사모님은 늘 그랬듯 따뜻하게 두 손을 모아 우리의 손을 꼭 잡으며 반겨주셨습니다. 그리고 목사님께도 우리가 왔다는 소식을 전하셨지요.


목사님은 설교 준비 중이셨다는데, 우리의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자식을 반기듯 급히 뛰어나오셨어요. 당신이 천국으로 가는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 주셨던 목사님이 떠올랐습니다. 금요철야예배를 드린 후, 다음날 발인에도 새벽에 오셔서 예배드리고 당신을 경춘공원까지 모셨던 그분의 헌신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오늘도 당신을 기억하며 우리를 진심으로 맞아주시는 목사님의 모습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예배당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어요. 찬양단의 은혜로운 찬송가가 울려 퍼졌지만, 나는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이 성가대에 서고 싶어 했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몸이 나아지면 성가대를 하겠다고 했던 당신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서울 월곡교회에서 20년 넘게 성가대로 활동하며 아름다운 찬양을 드렸던 당신의 모습이 그리웠어요. 이곳에서도 그 목소리를 들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예배가 시작되고 교회 소식을 알리는 시간에 목사님께서 우리 가족을 성도들에게 소개해 주셨어요. "한정숙 권사님께서 천국에 가셨습니다. 남아 있는 이 가족이 믿음 안에서 살아가며 훗날 천국에서 기쁨으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목사님의 이 한마디에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리고 기도 시간에는 우리 가족을 위해 뜨겁게 기도해 주셨답니다. 예배 내내 큰 은혜 속에 머물렀던 시간들이었어요.


예배를 마치고 근처의 등촌칼국수 집으로 갔어요. 당신도 참 좋아했던 그곳이지요. 뜨끈한 칼국수를 먹으며 당신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딸은 우리를 집까지 데려다준 뒤 명동에 있는 영락교회로 청년부 예배를 드리러 갔어요. 자기 신앙을 지키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참 대견했어요. 당신도 이 모습을 보았다면 분명 흐뭇했을 거예요.


집으로 돌아온 뒤엔 쿠키와 함께 산책을 다녀왔어요.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며 당신과 함께 걸었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날의 바람과 공기, 당신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가지만, 당신과 함께했던 모든 시간은 내 안에 살아 있어요.


정숙 씨, 오늘도 주님의 은혜 안에서 당신을 떠올리며 밤을 보냅니다. 당신이 있는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기도해요. 잘 있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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