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권-심판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얇은 두께였으나
가장 인내를 필요로 했던 고전 책.
프란츠 카프카의 ‘심판’
미완성 작품이 책으로 나와있다.
책의 내용을 유추해 보건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는 의도를 엿볼 수 있겠다.
관료주의적이고, 맹목적이고 일방적이게 자신만의 일을 할 뿐인.. 이에 따른 희생되는 사람이 있는,
그런 사회를 비판하고 싶었겠다.
그러나 나를 힘들게 한 이유는 따로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 자체를 견디기 힘들었다.
고구마 천만 개를 먹는다 해도 이만큼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 것이다.
왜 대화를 이런 식으로 하는 거지? 굳이 묻지도 않은 것들을 하나하나 다 주저리주저리 설명해야만 하는 걸까?
자신이 어째서 이래야만 했는지, 모두 설명하는 게 맞는 걸까?
가장 큰 불편의 근원을 심판하자면, 나였다.
"어쩌면 내 모습이 아닐까?"
나는 종종, 어쩌면 자주 그러는 사람이다.
누군가 물었을 때, 내가 무슨 일을 겪었고, 어째서 이런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떠올라서, 앞으로 저러저러한 것을 하고 싶다는 말투.
나만의 시간의 순서에 따라 줄줄이 풀어놓는 모습.
아마도, 심판 속에 나타난 인물들이 나의 거울이었기에 싫었던 것일까.
나의 인내의 시간은 아주 얇은 두께만큼이었지만,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견디는 시간이 점점 두꺼워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은 아닐까.
두렵다.
내가 달라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