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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호랑이 Mar 30. 2021

그 음식의 시작

3) 회



  회는 고급 음식이다. 가격이 비싸면 그건 고급 음식인 거다. 가격이 비싸다는 기준? 글쎄, 엄마가 절대 사주지 않는 음식이라면 비싼  아닐까.


  간혹 포항  가까운 바닷가에 갔다 오신 날엔, 꽤나 많은 양의 회를 사 가지고 오셨다. 물론 우리 가족 모두가 배불리 먹기엔 적은 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따위에도 시큰둥, 먹어보질 않았으니  맛도 모른다.

그러니 먹고 싶은 맘이 애초에 들지도 않았다.


  그러다 사회인이 되었다. 매운맛의 시작이었다. 얼렁뚱땅도 설렁설렁 도 이곳엔 없는 단어, 여긴 냉혹한 사회였다. 민원인들에게 쌍욕을 듣고 퉁퉁 부어 울기도 하고, 일을 잔뜩 넘긴  매번 외출 중인 상사에 분노하면서도, 바로 옆자리 선배가 매번 자기 전화를 나에게 넘기며 인터넷 쇼핑을 하는 꼴을 보면서도, 월급날을 주문처럼 외며 보너스를 구원이라 여기며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소비했다. 소비된  하루들은 젊음도 무색하게, 금세 칙칙하고 구분되지도 않는 땟국 흐르는 회색이 되어 20대들을 채웠다.


   일어나기 싫어, 회사 가기 싫어, 민원인 싫어, 상사 싫어, 점심도 맛없어, 싫어 싫어 투성이 중에서도 제일 제일 최고로 싫은 것은 바로!!! 회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회식이다. 비위를 맞추기는 죽기보다 싫은데, 옆에서 말 상대가 되어 주는 것도, 웃으며 앉아있는 것도 고역인 회식.

그런 끔찍한 회식의 메뉴도  상사들의 취향에 맞춘다. 특히 유난히 회를 좋아하던 그분.


  그날도 바닷가 지역 이름이 붙은 횟집에서 회식이 시작되었다. 다들 광어회니 우럭이니 먹으며 소주잔이 돌았다.

아이고, 이선생, 자네는  회는  먹고 메추리알만  잡숩나?”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날쌘돌이에 머리가 벗어진 뺀질이 박쌤이

“이 선생님은 회를 잘 못 먹는다고 합니다. 하하하 ”


“그래? 와 잘됐군. 이선생 덕에 경쟁자가 줄었어. 하하하. 다음 회식에도 쭈욱 회로 가자고!”


  다들  썰렁한 대화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세상 가장 재미있는 농담인 양 웃고 있었다.

그때 발동된  심술, 먹고 토하더라도 반드시 먹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때부터였다. 회를 먹기 시작한 것이.


회를 정복한 나 자신을 칭찬하며 이 글을 마친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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