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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그리고 인도의 중요성

-21세기 미국의 외교전략-

by kuyper

21세기 국제정치의 핵심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다. 이 경쟁은 모든 국가의 외교정책에 핵심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두 국가의 정책을 유심히 분석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미국의 외교전략을 분석하면, 단연 돋보이는 국가가 있다. 그 국가는 바로 인도다.


사진1.jpg <사진-1> 지난2023년 9월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걷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트럼프의 재등장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국제사회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재등장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전통적인 미국-유럽의 대서양 동맹보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항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할 것이다.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은 국방부와 국무부 명의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간하며 본격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했다. 또한, 2017년 11월 아시아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07년 출범했으나 호주와 일본의 이탈로 좌초되었던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를 부활시켰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무려 8차례의 쿼드 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외적으로 기성 정치인들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외교적으로는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가 진영이라 할 수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불협화음이 대표적인 사례다.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NATO를 탈퇴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미국 외교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대아시아 정책에 있어 미국의 정책 기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한국 정부 입장에서 향후 큰 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21세기 미국의 외교전략


21세기 들어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의 핵심은 중국 부상에 대한 견제로 요약할 수 있다. 아래 <그림-1>을 보면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GDP 비중은 시기별 등락을 보이는 반면,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이에 1990년대 초반 20% 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던 미국과 중국의 GDP 비중 차이는 2021년 들어 불과 약 5%로 좁혀졌다.


그림1.png <그림-1> 전 세계 GDP 대비 미중이 차지하는 비중 비교 (출처: 정재욱, 2022)


이러한 연유로 21세기 미국의 외교전략 기조는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든,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이든 별 차이가 없었다. 21세기 미국의 외교전략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2000년대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의 ‘태평양으로의 회귀’(Pivot to Asia)
둘째, 2010년대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셋째, 2020년대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이 세 가지 미국의 외교전략의 핵심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해양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태평양으로의 회귀’는 태평양 지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태평양과 인도양 지역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아우르며 전 지구적 외교전략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국가가 바로 인도다.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2023년 9월,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인도 모디 총리는 인도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 IMEC) 계획을 발표한다. 이 계획은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와 유럽연합, 미국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아래 <그림-2>를 보면 약 4,800km 길이의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계획은 아라비아만과 인도를 연결하는 동쪽 복도(East Corridor)와 걸프만과 유럽을 연결하는 북부 복도(Northern Corridor)의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지도상에서 미국이 보이지 않지만, 이 계획은 미국의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 Partnership for Global Infrastructure and Investment) 구상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PGI 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미국은 총 6,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쉽게 말해 미국이 대주주라고 할 수 있다.

그림2.png <그림-2>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계획 (출처: StudyIQ)

미국이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당연히 중국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중국 시진핑 주석은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계획을 발표한다. 아래 <그림-3>과 같이 이 계획은 중앙아시아와 유럽은 내륙으로 연결(육상 실크로드)하고,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는 해상으로 연결(해상 실크로드)하는 계획이다. 150개 이상의 국가 및 30개 이상의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정책은 규모 측면에서 미국 주도의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보다 크다. 이 같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중국의 급부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20세기 이후 강대국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미국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림3.png <그림-3>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 (출처: World Bank)


이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단순히 남중국해 혹은 태평양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0년대 들어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그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는 국가는 인도다. 지정학적으로 인도는 중국이 중동과 유럽으로 가기 위해서 지나쳐야 하는 인도양에 위치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2024년 영국을 넘어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했고, 인도의 인구는 이미 중국을 추월한 상태다. 또한, 인도는 역사적으로 중국과 외교 관계가 좋지 않다. 이에 미국이 역내 질서를 유지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 인도는 매우 유용할 뿐 아니라 중요한 카드인 것이다.


인도의 외교전략


인도 또한 이번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계획을 중요한 기회로 삼고 있다. 현재 제시된 계획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인도는 새로운 무역 중심지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인도도 이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이 계획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그리스 피레우스(Piraeus) 항구의 중국 소유권 문제다. 피레우스 항구는 중동에서 유럽으로의 주요 진입점으로서의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큰 지역인데, 이 항구의 지분 다수가 중국 해운 회사 코스코(Cosco)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일대일로를 추진 중인 중국의 입장에서 전략적 방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인도는 그리스와 외교 관계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인도의 모디 총리가 그리스를 방문한 데 이어 2024년 2월 그리스의 미초타키스(Mitsotakis) 총리가 인도를 답방하면서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는 강화되었다. 특히 양국은 국방/안보 분야의 협력을 통한 양자 관계 심화를 공식화하였는데, 이는 전통적인 군사 훈련 및 현대적인 사이버 보안 조치를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안보 협력으로 인도와 그리스 사이의 첫 방위 협정이다. 인도의 이러한 외교적 노력은 단순히 그리스와의 양자 관계 강화가 아닌 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자국의 몸값을 극대화하려는 인도의 외교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미국의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계획은 미국이 현재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한 전방위적 대중국 외교전략이다. 지역적으로는 태평양과 인도양에 이어 유럽의 나토까지 끌어들이며 대서양까지 포괄하며, 안보적으로는 단순히 이전의 군사 중심의 접근이었다면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제 중심의 복합적 안보 전략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국가로 인도가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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