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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안 Aug 23. 2021

내 영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영어 쓰기 공부법

나의 영어 이야기

영어 쓰기는 어떻게 공부해야 잘할 수 있어요?


초등학생 때까지 열심히 일기를 썼다. 사실 일기를 왜 써야 하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집에서는 엄마가 매번 "일기는 썼니?"라고 물어볼 뿐, 그날도 일기장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 가서 공부하고, 태권도 학원에 가서 친구들과 놀았다는 그저 그런 일로 일기장 빈 공간을 빼곡하게 채웠다.


중학생 때는 학교에서 방학 때마다 매번 독후감 숙제를 내줬다. 당연히 책 읽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독후감까지 쓰라니.. 그것도 최소 원고지 20장씩이나. 마음을 다 잡고 책상에 앉아서 책을 폈다. 1시간, 2시간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책은 그냥저냥 읽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독후감 쓰기였다.


연필 깎기로 날카롭게 깎은 연필로 원고지 첫 장에 책의 제목과 학년, 반, 번호, 그리고 이름을 썼다. 서론을 어떻게 시작할까? 깊은 고민 속에서 글을 쓰고 지우기를 1시간가량 반복했다. 이상하게도 첫 글자를 쓰는 것이 두려웠다. 왜 두려웠을까? 그게 뭐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책도 많이 읽지 않으면서 글은 잘 쓰고 싶었나 보다. 그만큼의 노력도 경험도 없이 그저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과한 욕심을 부렸다. 그 욕심은 결국 어린 나에게 글쓰기에 대한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대학교 1학년 때 교양 과목으로 철학 수업을 들었다. 물론 수강 신청을 실패해서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었지만, 그 철학 수업은 나의 4년 동안의 대학 생활을 정말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철학 수업 교수님은 언제나 한 가지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했다.


정답은 없었다. 그 교수님은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두려웠다. 내 생각을 다른 누구와 공유한다는 것이 사실 그때는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수님의 반응은 너무 놀라웠다. 질문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 옳고 그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이 공간에서 모두가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를 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본격적으로 미국 대학원 진학을 위해 토플과 GRE 영어 자격시험을 공부했다. 영어 시험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영어 라이팅을 공부하게 되었다. A4 용지 분량의 에세이를 한국어로 쓰는 것도 너무 어려운데 영어로 써야 한다니, 그것도 토플 라이팅은 최소 300자, GRE 라이팅은 최소 500자의 단어 수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자유롭게 썼다. 선택한 단어가 문맥에 어울리는지, 어법은 틀리지 않았는지, 주제에 대한 근거는 타당한지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은 철저하게 무시했다. 그렇게 작성하고 제출한 에세이들은 빨간색으로 칠해진 수많은 수정 사항들과 함께 돌아왔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어든 영어든 글쓰기는 그저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뿐이지, 글쓰기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다. 나의 생각들이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에 주체하지 못하고 흥분한 상태로 라이팅 강사님을 찾아가서 따졌다.



하지만 그분은 모든 수정 사항들에 대한 이유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어느 하나도 반박할 수 없었다. 그분은 라이팅이 굉장히 민감하고 어렵다고 말하면서, 계속 쓰다 보면 라이팅 실력은 저절로 늘 거라고 위로해 주었다. 처음에는 수많은 빨간색 수정 사항들을 보고 화가 났지, 너무 부족한 나의 영어 라이팅 실력은 보이지 않았다.


나름 자유롭게 썼다는 에세이를 그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씩 하나씩 수정해 주었고, 일목요연하게 그 이유들도 꼼꼼하게 말해주었다. 다른 멋진 위로의 말보다 그분의 정성 어린 라이팅 피드백을 통해서 정말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수정 사항들을 고치는 일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 되었고 에세이 쓰는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보통 하루에 에세이 하나 정도 피드백을 받는 것이 보통인데, 나는 두 개의 에세이를 제출하고 피드백을 수정한 이전 에세이까지 모두 제출했다. 어느새 글쓰기와 글쓰기 피드백들을 수정하는 것이 더 이상 영어 글쓰기가 아닌 알쏭달쏭한 수수께끼 푸는 것 같았다. 물론 라이팅 강사님이 오버하지 말라면서 여러 번 말렸지만, 사실 그때 나는 영어 라이팅에 깊숙이 미쳐있었다.



영어 글쓰기에서 어려운 단어, 화려한 영어 표현, 고급스러운 영어 문법은 중요하지 않다. 제일 중요한 것은 독자가 가장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의 의견과 그 의견을 뒷받침해주는 이유들을 최대한 간결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영어 에세이뿐 만 아니라 영어 논문, 영어 기사, 심지어 영어 블로그 글 등의 모든 활자 매체에서 제일 중요하다.


일단 힘을 빼고 시작하자. 단 한 번으로 완성되는 글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틀리고, 수정하고, 또 틀리고를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마침내 나만의 글쓰기 스타일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누군가에게 라이팅 피드백을 받아야만 한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놓치거나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새로운 시선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러한 2가지 과정만 반복해서 연습하면 영어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단순히 나의 생각을 영어와 활자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 멋진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나 또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글을 첨삭하면서 그저 영어 단어, 영어 표현, 영어 문법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쓴 사람의 생각과 논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상상하지 못한 정말 큰 재미를 느낀다.




It's easy to start something if you already know you will fail.


There is a huge difference in whether you know you will see failures or not since you have started something you do care about. If you know that, you can start anything easier, and you will have a bigger room to fix the failures. Otherwise, it's going to be harder to start, and mostly you will give up once you meet the fail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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