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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안 Aug 13. 2021

내 영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영어 듣기 공부법

나의 영어 이야기

영어 듣기는 어떻게 공부해야 잘할 수 있어요?


중학생 시절, 6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외국어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서 나름 열심히 영어 공부했다. 하지만 지난 글에서 자세하게 말했듯이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지만 영어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학교와 학원 선생님들의 영어 수업에만 꼬박꼬박 참석했을 뿐, 혼자서 이해하고 복습하는 시간을 가지지는 않았었다. 이제야 비로소 혼자 하는 복습의 중요성을 정말 크게 깨달았다.


고등학교 2년 동안 학원비는 학원비대로 나가고,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에너지는 에너지대로 낭비하면서 학원을 밤새도록 쫓아다녔지만, 영어 성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찾아온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특단의 조치로 종합 학원을 그만두고 영어 단과 학원을 찾아갔다. 


머리숱이 별로 없고 배가 불룩하게 나왔지만 뭔가 말을 세련되게 하는 영어 선생님이 웃으면서 맞이해 주었다. 상담이 아닌 모의고사 영어 듣기 평가 시험지를 건네주었다. 반타작 조금 넘게 맞았지만 선생님의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딕테이션을 시작하자!"라고 말했다.



Dictation 딕테이션. 말 그대로 받아쓰기이다. 이전에는 영어 듣기를 하면서 스크립트 중간중간에 비워있는 빈칸에 영어 단어를 채우면서 공부를 해왔지만, 머리숱 없고 배가 불룩 튀어나온 이 선생님이 말하는 딕테이션이라는 영어 듣기 공부 방법은 처음에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영어 듣기 스크립트 대신에 그저 하얗게 빈 A4 용지에 들리는 모든 것을 영어로 받아 쓰는 연습이었다.


정말 원초적이고 너무 말이 안 되는 무식한 공부 방법이었다. 한 문장도 완벽하게 듣기 힘든데 어떻게 모든 영어 단어를 듣고 쓸 수 있겠는가? 그제야 다른 친구들이 말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영어 성적이 높은 애들 모두 이곳 영어 학원을 다니지만, 사실 대부분의 애들이 힘들어서 며칠 뒤에 금방 그만둔다고. 그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딱히 영어 듣기 수업도 없었다. 그저 강의실에 앉아서 영어 듣고 받아 적는 것뿐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익숙한 듯이 영어 대화 속도에 맞춰서 빠르게 연필이 움직이지만, 내 연필은 영어 대화가 모두 끝나도 그저 한 곳에 그대로 계속 머무르고 있었다. 답답했다. 너무 답답했다. 


영어 듣기가 끝나면 영어 듣기 스크립트와 비교하면서 빨간색 펜으로 못 들었던 단어를 적거나 틀린 단어를 수정했다. 하지만 나는 그 빨간색 펜으로 영어 대화 스크립트 전체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쓰고 있었다. 그나마 I, you, 그리고 he/she 정도는 듣고 써보았지만, 이미 A4 용지 전체가 빨갛게 물들어버렸다. 



영어 듣기 딕테이션은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손가락도 너무 아프고 정말 고된 훈련이었다. 이렇게 해서 내가 과연 영어를 정말 다 잘 들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매일매일 수십 번씩 했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저 묵묵히 해나가 보았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났다.


10명으로 시작했던 강의실은 어느새 3명의 친구들만 남아있었다. 대부분 영어 듣기 딕테이션 방법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선생님은 당연한 결과인 듯 하나도 초초해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남은 친구들의 영어 성적이 각 학교에서 최고였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영어를 듣고 쓰는 단어와 문장의 양이 훨씬 많아졌다. 언제나 빨간펜으로 도배된 A4 용지에는 어느새 검은색의 영어 단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밌었다. 영어로 말하는 속도가 점점 느리게 들리기 시작했다. A4 용지는 점점 빨간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면서 어느 순간 나의 영어 듣기 평가는 만점이 되었다.

 


딕테이션 방법은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절대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나의 외국어를 마스터하는 것은, 영어를 마스터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서 지금의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름길은 없다. 그저 스스로 수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들여야 비로소 내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하기 위한 방법은 수 없이 많고 개인마다 맞는 방법 또한 모두 다르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꾸준하게 해보자.


나는 영어 듣기를 잘하기 위해서 우연히 영어 듣기 딕테이션을 시도했다. 인내심이 없는 고등학생이었던 어린 내게는 절대로 맞지 않는 방법이었지만,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그저 묵묵히 꾸준하게 해 보았다. 그러니 되더라! 하루에 2시간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고, 영어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영어 듣기 딕테이션 방법을 추천한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영어 듣기 딕테이션을 더 빨리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본다.


 



Difficulty and challenge always make us fool at first, but they will become a glorious reward once we overcome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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