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의로운 민트초코
Aug 27. 2024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는 취미 레슨생의 마음
'우리 인턴은 왜 일을 열심히 안 할까' 고민하다 든 생각
직장에서 연차가 쌓이고, 인턴이긴 하지만 후임을 받게 되었다. 신입 직원이 입사한 적은 많았지만 내가 선임 역할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었기에, 직속 후배가 생긴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인턴이지만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똘똘하고 적극적인 사람을 첫 후임으로 받은 탓에, 그가 떠난 후 새로운 인턴과 함께하는 내 회사생활은 '인턴에 대한 기대와 눈높이 낮추기 훈련'으로 요약될 수 있다.
(사실 별생각 없으시겠지만) 드럼 선생님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하던 학생 시절의 내가 아른거려, 레슨만 겨우 나오고 연습도 잘 안 하는 직장인 레슨생이 못마땅하겠지. 언젠간 '제발 부탁이니까 연습 좀 해라!' '연습 안 하면 진짜 죽는다!'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는데, 빡센 일상을 사는 스타트업인은 주 1회 레슨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음악으로 밥 벌어먹는 사람도 아닌데, 딱 취미생 정도로 부담 없이 드럼을 치면 안 되는 걸까.
드럼 학원을 가는 화요일, 혼자 외근을 다녀오던 길, 정말 문득 우리 인턴도 이런 마음일까 생각해 본다. 물론 그는 돈을 받으며 일을 한다는 분명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나는 정직원이 아니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갈 인턴이니까 이 정도면 된다'는 마음 말이다.
시키지 않아도 일을 찾아서 하고, 잘 안돼도 스스로 해보고,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는 그런 인턴. 사회생활이 처음이던 나의 첫 후임은, 꼭 드럼을 처음 시작할 때의 나 같고, 지금의 후임은 취미생이니 적당히 하고 싶은 지금의 나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드럼 레슨과 일은 다르지. 돈 받고 하는 일이니 싫은 것도 해야지. 인턴에 대한 기대와 눈높이를 낮추되 일은 제대로 하게 하는 것은 나의 직장생활 비밀 프로젝트가 되었다. 드럼선생님도 혹시 남몰래 취미레슨생에 대한 기대 낮추기 프로젝트를 하고 계시려나. 이번 주도 연습을 못했는데, 또 뒷목을 잡으시겠군. 그래도 레슨은 빼먹지 않고 가겠습니다. 진짜 드럼이 싫으면 학원을 그만뒀겠죠?늘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