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바빴지만, 레슨날 레슨보다 중요하게 챙길 것이 있었다. 예를들면, 내 추천으로 우리 회사로 이직한 전 직장 후배를 만나는 일.
후배가 우리 회사 합격 통보를 받은 날은 공교롭게도 화요일이었다. 우린 할 얘기가 많았고 나는 힘껏 그를 축하하고 싶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고 레슨을 취소했다. 다른 날 꼭 연습을 하러 가겠노라 다짐하며(참고로 나는 내 사정으로 레슨을 취소했을 때 보강을 요청하지 않는다).
2주 만에 레슨, 평소보다 일찍 학원에 도착해 손을 풀었다. 역시 굳었다. 실력은 정직하고 연습량과 비례한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드럼은 아주 오래오래 칠 거니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선택했기 때문일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아주 재밌고 개운하게 드럼을 쳤다. 실수도 괜찮고, 기교도 맘껏 부렸다. 아, 역시 주 1회 레슨은 직장인에게 빡세지만, 드럼을 다시 배우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