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의로운 민트초코
May 28. 2024
드럼 학원 레슨비에 대하여
일주일에 한 시간, 한 달에 16만 원
드럼 학원에 다닌다고 하면, 간혹 한 달 레슨비가 얼마인 지 질문을 받는다. 일주일에 한 시간 레슨, 16만 원. 금액을 말하면 묘한 표정이 돌아온다. 겨우 내 한 몸 건사하며 사는 직장인에게 부담스러운 금액이 맞다. 자신도 학원에 다녀볼까 고민하며 레슨비를 물어온 동료는, 금액을 듣고 자연스럽게 대화주제를 바꿨다.
부담되는 액수는 맞지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가 다니는 학원의 경우 레슨일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가서 연습할 수 있으니, 열정 넘치는 취미생이라면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드럼 학원이 그런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 달에 16만 원, 드럼 학원을 다니며 내가 얻은 건 비단 드럼 실력 뿐만이 아니다. 일종의 부캐를 얻은 셈이라, 현생에 지칠 때 약간 숨 쉴 구멍이 되어주기도 한다.
드럼학원과 우리 집 까지는 딱 도보 30분 거리. 야근을 쌩까고 학원에 간다. 레슨을 마치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집에 간다. 편의점에서 맥주나 하이볼을 고른다. 이게 드럼학원 가는 화요일의 루틴이다.
화요일이 지나 수요일이 오면 정신 없는 하루가 펼쳐진다. 요즘 업무량이 왜 이모양인지, 화요일에 드럼학원을 가려면 월요일과 수요일에 야근하는 게 루틴이 되어버렸다. 이럴 수록 드럼을 열심히 쳐야한다. 근력을 잃지 않도록, 직장인 외 또 다른 자아를 잊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