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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로운 민트초코 Apr 30. 2024

드럼 학원 가는 날, OOTD

단정한 복장에 그렇지 못한 취미

OOTD : Outfit Of The Day


그렇게 입고 출근하냐?


언젠가 레슨을 마치고 가방을 꾸리는 내게 드럼 선생님이 물었다. 후드티에 리닝 바지, 운동화, 캡모자. 외근이 있는 날이 아니면, 정말 편하게 입고 다니긴 한다.


네, 복장규정이 없어서 이렇게 입고 출근해요.


전 직장은 복장규정이 있었다. 청바지, 면티, 운동화가 금지였고 영업팀은 한 여름에도 긴팔 자켓과 와이셔츠를 갖춰입었다. 사무실에서 돌아다닐 땐 슬리퍼를 신을 수 없었다. 언젠가 자켓 속에 면 티를 받쳐 입고 갔을 때, '외부 미팅이 없는 날도 면 티는 금지'라며 팀장에게 한 소리 들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날 인사팀에서 복장규정에 대한 전체 공지 메일을 보내왔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고 가장 달라진 점은 복장이 자유롭다는 점이고 그 자유도는 내 예측보다 더욱 높았다. 아무리 복장 자율이어도 모자를 쓰고 가도 될 지 반신반의했는데, 캡모자는 물론 허용이었다.


드럼을 칠 땐 발과 옷차림이 편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짓단이나 소매가 너무 풍성한 옷은 불편하다. 추리닝이라도 밑단을 잡아주는 바지가 편하다. 통넓은 바지를 입고 갔다가 빨래집게로 밑단을 잡고 연주했던 적도 있다.


외근이 잦아진 요즘이다. 공교롭게도 드럼학원을 가는 화요일에 외부 미팅이 잡힌 적은 아직 없다. 온라인 미팅이라 상의만 적당히 신경쓰면 된달까. 구두를 신고 정장을 입고 드럼을 치는 모습이라, 뭐 얼마나 불편할 지 잘 상상이 안된다. 얼마나 불편하려나.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내 모습은, 가죽자켓(처럼 보이는 비닐 자켓. 가죽은 비싸고, 입고 싶지도 않다)을 입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드럼을 연주하는 것이다. 팔 놀림이 자유로울만큼 넉넉한 자켓으로.


오늘은 비대면 미팅이 있어서, 단정한 상의에 그렇지 못한 하의를 매치했다. 일부 단정히 보낸 오늘 하루,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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