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길을 나선지라, 숙소 체크인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오동도로 향했다. 우린 같이 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다. 하루에 만 보 이상 걷기 힘든 엄마는 갯바위에 앉아 사색을 했고, 보더콜리와 비슷한 활동량을 가진 나는 여기저기 걷고, 자전거도 타고, 자전거 상태가 시원치 않아 또 걷고, 다시 엄마가 앉아있는 갯바위로 갔다.
체크인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숙소 근처에서 돌게장을 배불리 먹었다. 아마 지난 몇 년 간 먹은 게장보다 많은 양의 게장을 먹은 것 같았다. 10만 원 이내 가격으로 예약한, 10평 남짓 되는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숙소에 들어오며 봐둔 선어횟집에서 민어회와 전어회를 먹었다. 역시 대낮부터 아저씨들로 북적이는 가게는 실패하지 않는다. 묵은지가 기가 막혔고, 문어숙회가 사이드로 나왔다.
여수를 떠나는 날, 아침 겸 점심으로 서대회 백반을 먹었다. 지나가다 우연히 본 정겨운 빵집은 요새 잘 보기 힘든 바게트빵을 팔고 있었다. 여수에서 건어물이나 딸기찹쌀떡 대시 바게트 한 덩이를 샀다. 3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오니 출출했다. 여수에서 매 끼니 해산물을 메인으로 식사를 했더니 배 속이 거의 수족관이었다. 해산물은 당기지 않아 샤브샤브를 먹었다. 주말에 먹은 게 과했는지, 월요일 점심은 아침과 점심을 걸렀다.
다행히 엄마는 내가 아니어도 자주 훌쩍훌쩍 떠난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경주다. 다음엔 조금 덜 먹자고 다짐한다. 물론, 계획은 변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