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아침밥을 챙겨주신 덕에, 지금도 웬만하면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한다. 세상에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건 직장생활을 하며 알게 되었다. 도대체 아침을 먹지 않고 어떻게 출근을 해내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지금은 학생 때처럼 찌개에 반찬을 챙겨 먹는 정도는 아니지만, 달걀간장밥이나 토스트를 후다닥 만들어 먹곤 한다. 달걀간장밥은 참기름, 버터, 김자반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서 질리지 않는다. 여기에 김치와 국물을 곁들일 수 있다면 완벽하다. 가끔은 식빵에 치즈와 달걀프라이, 슬라이스햄을 올려먹는다. 과일과 커피, 그리고 토스트. 이렇게 출근을 해낼 힘을 얻는 것이다. 여유가 없으면 편의점 반숙란이나 메추리알, 또는 컵수프를 종종 사 먹는다. 회사 간식바에 구비된 훈제달걀을 먹기도 한다.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아몬드 브리즈나 두유 한 팩으로 아침을 대체하던 때도 있었지만, 가뜩이나 우울한 출근이 더 우울해져서 그만뒀다. 역시 아침엔 뭔가를 씹어 넘겨야 한다.
아침밥 먹는 습관은 여행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되는 조식은 그냥 빵과 달걀 커피일 뿐인데도 왜 그렇게 맛있는지. 아침으로 컵라면 하나를 먹어도, 여행지에서 먹으면 모든 게 각별한 추억이 된다.
쌀국수가 해장에 탁월하다는 것은 20대 초반 라오스에서 배웠고, 베트남 시장 노점 쌀국수집들은 아침영업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아침을 먹는 사람이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2023년, 베트남 닌빈
2023년, 베트남 하이퐁
2018년, 라오스
요즘 외근 일정 때문에 카페로 출근하는 일이 잦다. 미팅 시간까지 카페에서 업무를 보며, 꼭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해 먹는다. 역시 아침엔 탄수화물이 들어가 줘야 한다. 하루 세끼 꼬박 챙겨 먹으면 섭취 열량이 높으니 아침밥을 거를까 생각해 봤으나, 아침밥을 먹지 않는 삶은 조금 우울하다. 오전 시간을 버틸 용기가 나지 않는다. 오전에 내가 해내야 하는 일들을, 아침밥을 먹지 않은 상태로 해내기엔 너무 벅차다.
여행지에서의 아침식사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아침식사 후의 시간이 기대되고, 어떤 압박도 없는 상태. 일상에서의 아침식사가 오전 두뇌활동을 위한 에너지(탄수화물) 주입이라면 여행지에서의 아침식사는 새로운 공간과 문화에 대한 탐닉이자 많이 걸을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올해 여름휴가는 포기한 상태다. 언젠가 여행지에서 느긋하고 행복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기를. 그날이 머지않아 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