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를 이용하기로 했다

꿈이 있는 사람의 회사사용법

by 박소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에 들어가서도, 퇴사 후 대학교를 나오고 또다시 편입을 할 때도 나는 항상 가슴 설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남들이 시켜서, 혹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내가 재미없으면 눈길조차 안 갔다. 돈은 먹고살 만큼만 벌어도 좋으니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천직이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만한 일 말이다. 그렇게 4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가슴이 설레는 꿈을 찾았다. 온종일 머릿속에 꿈 생각만 가득하다. 나는 그렇게 꿈만 찾으면 평탄한 인생을 살 줄 알았다.



나는 번역가와 작가를 꿈꾼다. 두 직업의 공통점은 바로 '글을 쓰는 일'이다. 글을 쓰면서 나다움을 찾았고, 가슴이 뛰었다. 꿈을 찾은 순간 바로 그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었다. 당장 그 일을 할 만한 실력이 갖춰지지 못했다. 내 일본어 실력은 평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 일본어가 전공이었던 나는 입학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아 여긴 내가 올 만한 곳이 아니구나' 심지어 어머니가 일본인이거나,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온 친구도 몇 명 있었다. 나는 애니 덕후도 아니었기에 그 친구들 사이에서 더욱 자신감을 상실했다.



그래서 번역가의 꿈을 이루려면 적어도 2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년 동안 공부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안에 꿈을 이룰 거라는 확신 또한 없었다. 번역가를 하든 작가를 하든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 아니, 꿈이 없는 사람도 최소한 먹고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엄마한테 손 벌리는 건 싫었다. 떳떳하게 내 힘으로 꿈을 이루고 싶었다. 무엇보다 엄마한테 빌붙으면서 공부만 하기에는 두려웠다. 나중에 그 꿈이 혹시라도 바뀌거나 실패했을 때 엄마 얼굴을 못 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갑자기 코로나19가 터졌다. '옳다고나!' 코로나19를 핑계로 취업을 조금 미루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당시에 자기주도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간 취업 준비 비용을 지원해 주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라는 제도에 신청했다. 덕분에 아르바이트도 안 하고 집에서 공부하고 책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6개월 동안 공부해도 좀처럼 실력이 오르질 않았다. 오히려 더 막막해졌다. 그렇게 꿈만 같았던 6개월의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일본어 관련 회사에 취직하자니 실력이 부족해서 지원할 자격조차 못 됐다. 그렇다고 아무 관련 없는 일반 사무직에 들어가자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을 추구하는 내가 그 의미 없는 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결정해야 했다. 더 이상 공부만 하면서 집에 있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나중에 번역가가 될 건데 굳이 회사를 가야 하나? 돈만 벌 거면 아르바이트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꿈을 위해 어부지리로 다니는 회사이긴 하지만, 나는 경험이야말로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생활도 특별한 경험이기에 이후 내가 꿈을 이루었을 때, 내 글의 소재가 되어줄지 누가 알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꿈을 유예한 게 아니라 꿈을 위해 특별한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