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에서 소재 찾기
나는 변화를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이다. 한때 5분마다 집 앞에 전철이 다니는 빌라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우리 이사 갈까?"라는 엄마의 말에,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변화가 싫어서 "아니야. 그래도 여기가 편해. 이사 가면 생활 패턴도 바뀌고, 짐도 옮겨야 하고... 얼마나 귀찮은데. 엄마 그냥 여기서 살자."라고 했었다. 그러던 나는 조용한 집으로 이사를 오고는 누구보다도 좋아했다. 옛날 집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말이다. 변화는 싫어해도 막상 변하면 잘 적응하곤 했다.
회사는 변화해야 살아남는 곳이며, 변화 없이는 절대로 성장할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부서가 이동되고, 상사가 퇴사하고, 하는 업무가 완전히 바뀌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그게 바로 회사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변화를 싫어하는 나는 회사에서 자리만 이동해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몇 배로 힘들어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이게 다 글감이 되었다. 회사 생활이 평탄하기만 했다면 과연 에세이를 쓸 수 있었을까?
평탄하지 않은 생활은 회사 입사 전부터 시작되었다. '블로그와 카페 관리'를 보고 지원했는데, 입사하니 쇼핑몰을 관리하는 팀으로 가게 되었다. 게다가 사람인에서 회사에 지원할 때, CS는 무조건 피해서 지원을 했다. 그러던 내가 이 회사에서 맡은 일은 거의 CS업무다. 또한, 직속 상사였던 과장님이 회사를 관두고, 2주 뒤 같은 팀 과장님마저 퇴사해버렸다. 심지어 내가 담당하던 쇼핑몰은 거의 운영을 안 하게 되어, 완전히 색다른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게 불과 4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것 말고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 회사는 에피소드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에서 성장하고, 깨닫고, 또는 화내고, 울고 웃는 인생의 전부가 회사 안에 모두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아르바이트보다 회사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는 좋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해야 하고, 그렇지만 그런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게 바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아닐까?
하루걸러 사건이 터지는 회사는 에세이 쓰기 가장 좋은 곳이다. 김민식 작가님은 <매일 아침 써봤니?>에서 "매일 블로그에 재미난 글을 올리려면, 나의 하루하루가 즐거워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재밌고 참신하고 색다른 글을 쓰고 싶으면, 이것저것 경험해봐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하기 하기에 회사만한 곳이 또 있을까?
하물며 회사에 다니다 보면 나쁜 상황을 만나도 괜찮아지는 진귀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글로 쓸 생각을 하니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다. 어느날, 책을 읽으며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글쓰기 수업 마지막 날이면, 수업 후기이자 간증 같은 말이 이어진다. 6주 동안 일주일에 한 편씩 마감이 주어지면서 일상에 글쓰기 하나가 추가된 동료들은 앉으나 서나 글에 대한 생각이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중략) 새싹은 영화관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진상 손님을 만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버텼다고 고백했다. "내가 당신을 써버리겠어!" 당신을 쏴버리겠어가 아닌 써버리겠다는 말이 어딘지 통쾌해서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박수 치며 웃었다. (홍승은,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중에서)
이 글을 읽고 내 이야기 같아 혼자서 끅끅대며 웃었다. CS 업무를 하면서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진상 고객을 만나는 날이면 '오늘 글 주인공 당첨!' 하면서 몰래 싱글벙글 웃기도 한다.
비록 억지로 다니는 회사지만, 그 안에서 얻어 가는 게 참 많다. 만약 회사 생활이 그저 힘들기만 하다면 나처럼 '글 소재'라도 건져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회사에 다니는 게 조금은 즐거워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