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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브래드슈 May 11. 2021

결혼식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예비신부에서 새댁으로


다소 진중한 피아노 반주에 맞춰 식장에 들어선다. 그리고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D-150

예신님~하고 공주 대하듯 귀한 대접을 평생 처음 받아본 나는 몸 둘 바를 모르겠으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언제 또 이런 대접을 받아보나 하고 더 오랫동안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결혼을 준비하며 그 중심은 오롯이 예비신부이다. 드레스도 식장도 촬영 콘셉트도 거의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한다. 평생 한 번뿐이니까라는 마법 같은 주문은 모든 것을 나의 경제력보다 조금 더 높게 선택하게 만든다. 앞으로 할 일은 결혼식날 조금이라도 더 이뻐 보이기 위해 열심히 나를 가꾸는 일이다.


D-50

예비신부라는 부캐는 돈이 많다. 평생 이렇게 큰돈을 만져본 것도 처음이고 써보는 것도 처음이다.  원이라도  아끼려고 애쓰던 내가 돈의 단위가 달라지니  같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웨딩시장이 눈먼 돈의 시장이라 했던가. 그야말로 매일매일 펑펑 쓰고 있다. 이때 아니면 평생  쓴다는 친구들의 말에 힘입어 오늘도 열심히 쇼핑에 매진한다. 신혼살림은  사도사도 끝이 없는 걸까.


D-1

드디어 내일이 결혼이다. 언제 결혼하냐는 걱정 반 잔소리에서도 이제 해방이다.


D+20

새롭게 얻은 새댁이라는 부캐는 '결혼 언제 하니' 퀘스트를   며칠 되지 않은  같은데, 새로운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이름하야 '애는 언제 가질 거니'퀘스트. 인생은 항상 미션 뒤에 미션이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D+50

새댁이 가꿔야 할 것은 더 이상 자신이 아니라 신랑의 얼굴이다. 퇴근  신나는 야식 루틴으로  찌고 싶어도 열심히 뿔어가고 있지만, 신랑 얼굴이 얼마나 통통해졌느냐가 남자가 결혼을 잘했느냐의 성적표가 되는  같다. 그렇다고 딱히  잘해 먹이는 것은 없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없는 일이다. 어쨋든 내가 다 뺏어 먹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주의!

 

D+100

결혼식을 기점으로 예비신부는 돈 없는 새댁이 된다. 할부가 찍힌 카드고지서를 보며 이제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아끼고 저축해야  때라고 다짐한다. 일단은 전세자금 대출부터 갚아나가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노후를 위해 돈도 모아야 하는데  둘이 모아도 혼자 모으던 것보다  늘지 않는 느낌이지? 살면서 보니 결혼 준비하며  쓸데없는 곳에 돈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든다.    했어도 되는데. 그렇게   들여도 됐는데. 웨딩앨범은 정말 신혼초 집들이에 한두  보고 먼지가 소복이 쌓이는구나. 하지만 후회는 금물.   덕에 예신님~하고 공주대접받고 포샵 힘껏 받아 예쁜 사진 남겼으면 되었다. 언제 그런 대접받아보겠는가. 이제부터 열심히 아껴서 모으면 되지!



결혼은 어떻게 보면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일상의 곳곳을 많이 바꾸어 놓는다. 달라진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지, 불행하게 만들지는  또한 오롯이 나에게 달려있다.






내일, 음감 작가님은 '자기애' 와 '자아도취'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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