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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포롱 Jan 11. 2021

내 맘대로 국어사전

4. 연애

 일과 및 공부를 마치고, 노고를 풀기 위해 넷플렉스를 틀어서 무엇을 볼지 찾을 때마다, 최근 들어 로맨틱 코미디를 자주 선택하고 있다. 좀 더 진입장벽이 낮게 느껴져서 인지,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들보다 쉽게 선택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아마도 그 장르가 가지고 있는 즐거움과 사랑이 긍정적인 기운이, 코로나가 만든 칙칙한 시기에 더 힘을 준다고 나도모르게 느끼고 있나 보다.

 즐거움과 사랑이 공존하는, 때론 지옥도 같이하는 연애, 그 뜻은 도대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신기한 것 생각보다 '연애'가 다의어 (동일한 단어이나 뜻이 여러 개인 단어) 였으며, 연애는 그중 5번으로 적혀있었다. (네이버 어학사전에서는 5번, 반면에 다음 어학사전은 1번) 개인적으로 좀 더 흔히 쓰이는 단어가 높은 번호라고 알고 있었으나, 사전마다 그 순서는 다르며, 품사를 기준으로 순서를 정하기도 한다고 한다.*


 아무튼 다시 단어 뜻을 들여다보면,


연애 5 (戀愛)

  [명사]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귐.

  [유의어] 로맨스, 사랑 1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연애 1戀愛 [여:내]

 상대방을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여 사귐

 출처 : 다음 어학사전


 두 사전의 명백한 차이가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사랑을 유의어로 넣었고, 다음은 사랑 자체가 연애의 설명으로 들어가 있다. (이렇게 사전을 집필하시는 분마다의 관점들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참 재밌다.)

 그리고 네이버 어학사전의 뜻에서 '성적인 매력'이라는 단어는 조금 어른들의 용어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 의미만 있다기보다는 '다른 이성의 매력'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이성간 호감에 있어서, 결국에는 그 매력 안에 육체적인 매력 또한 포함되어 있겠지만, 사랑이 단지 육체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물론, 또 정신적인 것만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엔 현 인류의 인구수가 너무 많다)


 개인적으로 연애에 있어서 3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애의 시작, 유지, 그리고 끝.


 먼저 연애의 시작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상대방을 동경하며 시작할 수 있고, 연민으로 시작하는 연애도 있을 수 있고, 친밀감으로 시작하는 연애도 있을 수 있고, 단순한 설렘, 새로움으로 시작하는 연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연애의 시작은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각자가 상대방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순간도, 다가가는 속도도, 방향도 동일한 것이 아니기에, 서로가 바라보며 걸어가는 두 대각선 길이 결국 교차점을 만나는 순간이 언제일지는 모르는 것이다. 문제는 교차점이 맞음에도, 서로가 그 순간이 교차점인지를 몰라 놓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결국 연애의 시작은, 당사자의 의지 50에, 운이 50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어렵사리 시작한 연애의 유지는 또 다른 면모를 보인다. 마음과 몸이 교감을 이루는 게 연애의 유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이 모두 잘 맞을 수도, 아님 한 개만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적으로 '신뢰'라고 생각한다. 신뢰가 왜 중요하냐고 물으신다면, 가장 중요한 바탕이 24시간 상대방과 함께 같이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같이 간 여행을 제외하곤. 혹은 짧은 시간을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각자의 생활 반경이 있을 것이며, 그 반경이 설사 비슷할지라도 완벽하게 같이 할 수는 없다. 결국 같이 못 있는 시간의 삶은 상상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살고 있으리라". 근데 신뢰가 없다면, 그 순간에 대한 기대는 제대로 서있질 못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기대가 곧 의심으로 바뀌고, 의심은 곧 분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입으로 말하거나, 행동으로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도록. 상대방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나임을 알려주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그런 행동이 부족해지는 순간은 아마도 나에 대한 애정이 떨어진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신뢰를 쌓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냐가 결국 연애의 유지 기간이 결정된다.


 많은 노력 끝에 유지 중인 이 연애가 끝이 보인다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하지만 이 연애의 끝은 2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헤어짐, 그리고 결혼. 결혼에 대한 뚜렷한 생각 없이 연애를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수많은 연애 끝에 결혼으로 도달하는 것은 그중에 한번일 테니깐. 이 뜻은 결국 연애라는 것은 헤어짐이 기다리고는 있겠지만, 꼭 끝을 생각하며 연애를 한다기보다, 그저 서로의 생활 반경을 지키며, 사랑을 나누는 과정들이 행복을 주기에, 먼저부터 결혼을 생각치 않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과의 연애의 끝을 지정하지 않았기에 생기는 불상사들이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헤어짐을 통보받고 나서, 미처 끝을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받는 심적 충격으로 생겨나는 문제들이 있다. 상대방을 찾아가서 헤어질 수 없다고 붙잡고, 전화하고, 문자하고 이런 행동들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범주에 속하지만, 상대방을 때리고, 구속하고, 쫓아다니는 등의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끝을 생각하지 않아 끝이 갑작스레 도달하였을 때 보이는 수많은 감정과 행동. 이것은 이성의 영역을 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왜 우리는 그토록 연애라는 것을 지속하려고 하는 것일까?. 연애 때문에 삶이 망가지고, 연애 때문에 데이트 폭력 당했다는 뉴스에, 헤어지고도 스토킹 하고, 금전 사기도 당하고, 다양한 연애 범죄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애를 한다. 도대체 연애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온 인류가 연애를 하고 또 했었고 앞으로도 하는 것일까. 외로움 때문에 연애를 한다는 것은 연애를 함에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기에 부분적인 면에서는 아니다라고 할 수도 있다. 가장 그나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과거 인류의 보존을 위해 시작된 생식 본능이 남아서, (누가 가르쳐서 생기는 게 아닌, 식욕, 수면욕처럼) 인간의 욕망이자 본능으로 연애욕구가 남아 있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결혼을 안 하겠다는 사람은 많으나, 연애를 안 하겠다는 사람은 아직 보질 못했다. (물론,  연애 과정에서 겪는 트라우마로 연애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것은 트라우마가 생길만한 정신적 '외상'을 입은 것이니 그것은 제외한다면..) 


 연애로 삶이 흔들리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 하나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라, 고작 연애로 그렇게 삶을 흔들리지 마라.라고 위로를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여기에 재미있는 네이버 어학사전 동음 의가 있었다. (심지어 이것이 1번 동음어로 적혀있었다) 

연애 1 (涓埃)

[명사] 물방울과 티끌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것을 이르는 말.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아주 작은 것. 연애라는 것이 사실 삶의 작은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애 및 사랑이라는 내 삶의 톱니바퀴가 작을지라도, 계속 돌아가야 내 삶이 돌아가기에, 그것은 버릴 수 없는 삶의 일부인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우리는 연애를 하고 상처를 받고, 다시 한다. 앞으로도 쭈욱.


연애

[명사] 상대방과의 호감이 '기가 막힌 타이밍' 속에서 이루어진 결정체이나, 유지도 힘들고, 끝은 더 힘든 그런 관계. 시작이 곧 천국이자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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