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불을 밀어내지 못한 어느 집순이의 회개록
체력은 대출 안 되나요?
잠은 죽어서나 자라고 하는 말에 기가 찰 때가 더 많다. 아니 왜 이 좋은 걸 죽어서만 해야 하는지?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 글을 쓰는 것. 그리고 같이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그 모든 것을 할 때면
살아있음을 느끼지만 동시에 피로했다. 체력, 그래 몸에 힘이 부족하다.
체력을 키우려면 운동, 즉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힘쓰는 일. 또는 그런 활동'을 해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아직 세상에는 누워 할 수 있는 것보다 앉아서 혹은 일어나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많다.
이불을 사랑한 죄, 달게 받아라
이불을 걷어내고 나갈 채비를 한다면 새로운 것들을 맞이할 수 있다.
그것이 최악이든 최고이든 기억에 남지 않을 만큼 희미한 것이든지 말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오늘도 손아귀에 세게 힘을 주고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이불을 들춰내고 일어나는 그 일련의 과정이 너무도 성가셨다.
게으름 피우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하면서도, 모든 것이 멈춰있는 듯한 이불 안.
포근하고 안전한, 변화 없는 한 뼘의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마침내 밀어내며 나갈 때
지금 일어나야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뚫어지게 쳐다보고 그 주위를 진득하게 돌면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안정감을 마다해야만 묵은내 없이 상쾌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인디.
순응하며 사는 태도가 새로움보다 강하다는 것을 간과한 게 문제일까?
이럴 수가, 습관이 가장 큰 변수다.
물론 집 안에 있는 것, 누워있는 모든 사람이 쾌쾌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스스로에 한해서만 마음이 찔리는 것뿐이다.
(ZIP) 집순이 압축 해제의 필요성
중학생 정도였을까? 파일 여러 개를 묶어 보낼 줄 몰라서 방법을 알아보았다.
알고 보니 마우스 우클릭을 해서 보내고 싶은 파일을 선택해, 보내기를 누르면 파일을 압축할 수 있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보낸 파일을 열려면 압축 풀기를 해야 했다.
지금 보면 간단한 움직임 몇 개일뿐이었는데 그때는 뭐가 그리 어려웠을까?
집 안에 있는 것도 어딘가에 담겨있는 것과 같을 것이다.
성가시게 압축을 풀고 , 부단히 노력하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예상치 못한 세계가 열리지는 않는다.
집순이 가라사대 "일어나 제발 걸어라."
사시사철 일주일 내내 매 순간 집을 원하는 사람이라도, 사랑하기 위해서는 이불을 박차야 한다.
어쩌면 이불킥도 기력이 있어야 가능한 고유의 몸부림이니까.
운동 부족 상태로 평생을 살아오면서 건강과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사랑하는 집을 벗어나자. 온갖 곳을 나의 집으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