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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영 Feb 19. 2021

[책 리뷰] 황정은 - 연년세세

나와 연결된 수많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 소설

소설가들이 뽑은 2020 올해의 소설 1위로 <연년세세> 뽑혔다고 해서 어떤 소설인지 무척 궁금했다. 황정은 작가는 <디디의 우산>이란 소설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글이 무척 묵직하고 강렬했다. 이후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오기도 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책에는 4편의 연작소설이 담겨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46년생 이순일과 그녀의 장녀 한영진, 차녀 한세진이다. 한국전쟁시기를 거치며 가족을 잃고 외조부와 잠깐 지내다 이후 고모네에서 오랜 시간 극한 고생을 했고 이후 자신의 가정을 꾸린 이순일, 장녀로서 집안을 책임지고 이끌어야 했던 한영진, 어머니의 과거를 목격하고 자신의 삶과  이야기들이 이어진 지점들을 자각하는 한세진을 보며 나와 타인, 그리고 나와 세상의 ‘연결 대해 소설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가족을 모두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극적으로 이모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후 자신과 무척 닮은 이모를 이순일이 만나는 장면은 정말 뭉클했다. 그것을 곁에서 지켜본 이모의 아들과 한세진의 모습도,  둘이 만들어가는 관계도 인상적이었다.

 부모와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부모의 삶에 대해서도 별로 궁금함을 가진 적이 없다. 하지만 이런 소설을 읽으면 어쩔  없이 부모의 삶이  삶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나만의 것이 아님을,  삶을  혼자 만들어오지 않았음을 어쩔  없이 인정하게 되고 그래서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나를 둘러싼 세계를 더욱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설의 마지막에서는 이순일 이모의 손녀와 한세진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다. 둘은 처음 만났지만 각자의 부모에게 이순일과 이순일 이모의 이야기를 들었기에 서로에게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느낌을 가진다.  ‘이야기’ 덕분에 상대방을 여러 번 만났다고 느끼는 것이다.  부분을 읽으며 나와 타인, 나와 세상의 연결고리를 자각하는 지점이 나에게도 ‘이야기’ 임을 알았다. 나를 매료시키는 이야기들을 만날  나는 무척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며 어떤 이야기는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  삶을 바꾸기도 했다.  

소설의 제목이  연년세세 인지도   같았다. ‘해마다 이어져 무궁토록이라는 뜻의 단어. 내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어떤 이야기는 해마다 이어져 무궁토록  삶에 존재하고  나와 연결된 이들에게  닿을 것이다. 어떤 연결은 느슨해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어떤 연결은 너무 강렬했고 앞으로도 나는  무수한 연결을 자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연결을   예민하게 자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연결을 통해 흘러들어온 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흘려보낼지  깊이 고민하고 싶어 졌고 이왕이면 세상에  많은 유익을   있는 모습으로 보내고 싶다.  생각을 바꾸고  삶을 바꾸기도 했던  이야기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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