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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왕라니 Nov 26. 2021

아들 친구 엄마 효과

2021.11.25. 목요일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동네 엄마들과 알게 되었다. 등하교하면서 자주 마주치는 얼굴들, 아이들이 같은 반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들도 같은 반인 듯한 소속감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이 교문에 들어가고 나면,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 날부턴가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시간 돼요? 차 한잔 할까요?"라는 말들이 오가기 시작하면서 몇 번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변명일 수도 있지만,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느라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진 않았다. 육아만큼이나 '내 인생'도 중요했다. 이건 아이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와는 별개다. 사람마다 적당한 타협선이 있는 거니까. 일하는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느끼지 못한 감정들을 경험했다.


소위 '전업맘'이라고 불리는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존경스러웠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이 아이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육아휴직 기간임에도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면 운동을 갔다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는 실제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하는 시간이 많이 없다. 아니, 거의 없다. 그 엄마는 아이가 학교 가면 집을 청소하고, 아이의 간식을 만들고, 빨래를 하고, 하교한 후에 함께 할 여러 활동들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짓던지. "언니, 진짜 대단해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이가 아침에 "엄마, 오늘은 호박을 갈아서 만든 부침개 먹고 싶어요." 이야기하면, 하교하고 바로 먹을 수 있게  준비해놓는다고 했다. 우리 아들은 저녁에 짜파게티를 끓여주면 "엄마는 진짜 식당 차려야 해~ 여기는 맛집이야, 맛집!"이라고 이야기해주는데.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학원 종류를 다양하게 알아보는 건 기본이고, 어디를 가든 항상 태워주고 기다렸다가 데리고 온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시간 아깝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그 엄마는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행복한 듯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에도 "난 지금도 oo이가 보고 싶어요."라 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엄마'라고 말하는 아들이 '세상에 다른 더 좋은 엄마'가 있다는 걸 몰랐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학원을 다녀온 아들에게 유난히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아들~ 잘 다녀왔어? 오늘 하루는 어땠어?"하고 말이다. 아들도 평소와 다른 엄마의 사랑 에너지를 느꼈는지 은근슬쩍 한 마디 꺼낸다. "나... 게임 한 판만 해도 돼?" 딱, 3초 고민하고 대답했다. "딱 한 판 만이야." 아들은 기쁨의 춤을 추면서 "오늘 정말 행복한 날이야~"라고 말한다. 게임 한 판의 허락으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가 되는 게 조금 비겁해 보이긴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사랑스러워 보여서 네가 말하는 모든 걸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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