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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Nov 21. 2022

러닝 클럽을 운영한다는 것.

#1. 내러티브의 시작.


7년 차에 접어드는 회사생활에 더 이상의 무분별한 정치적 만남과, 5잔 이후에는 기억이 드문드문하게 만드는 술(특히나 '소맥')에 더 이상 의지 할 수 없다는 내면의 결심, 또는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내면의 답답함이 나를 러닝으로 이끌었다.


아니, 어쩌면 회사생활도 잘하며, 친분관계도 잘 가꾸어나가며, 운동까지 잘 해내는 멋진 모습을 상상했을지도 .

그렇게 나는 2021년 코끝이 시릴만큼의 날씨에도 나는 반바지를 입을 정도로 러닝에 꽤나 심취해 있었다.


지금의 나의 러닝 그래피를 들여다보자면 그 첫 시작은 2019년 여름으로 추정된다.

자세한 기억을 떠올리기 힘들 때면 지금은 업로드하지 않는 인스타그램을 보는데, 이것이 SNS의 완벽한 순기능이 아닐까.


2019년 여름의 나는 지금의 내가 보면 아주 코웃음 칠만한 페이스로 당당히 러닝을 했다며 감성 섞인 사진과 함께 게시글을 올렸다.

당시의 나는 가슴이 많이 답답했고, 방향을 잃었으며, 진정한 내적 자존감은 영문모를 이유로 길을 잃었었다.

그래서 선택했던 것이 달리기였다.


참 아이러니했다.


나는 학창 시절 달리기가 싫어하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아이였고, 릴레이라면 질색팔색을 했던 아이였다.

그만큼 간절했던 것일까, 조금 달리면 돌파구가 보일까 싶던 나의 마음 때문일까 나는 처음의 이유처럼

영문모를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달릴 때면 참 좋았다.


그 누구도 나에게 왜 그렇게 빨리 가는지, 또는 느리게 가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나의 속도로 달릴 때면 도로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늘 나의 페이스와 거리를 존중했고, 나의 내면은 오롯이 나를 위로했다.


나는 그저 달렸을 뿐인데, 달리기는 나에게 참 많은 위로로 다독여 주었다.

오늘의 힘든 일 때문에 머리가 복잡할 때면 그저 흐르는 땀처럼 흘려보내버리면 된다고 말해주었고, 

장거리 러닝을 할 때면 때로는 우리에게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늘 혼자 달렸지만 외롭지 않았고, 오롯이 혼자였지만 나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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