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호주 친구 사귀기

by 눗씨

한국에서 신남매는 딱히 '내친구'라고 할만한 친구가 없었다.

친구보다 서로가 편했고, 일부러 친구들과 키즈카페 등의 자리를 만들어도 그 많은 아이들 중에 둘이서만 놀았다. 사춘기가 되면 엄마나 동생보다 친구가 필요할텐데 걱정이 됐지만 일부러 만들어주는 친구는 더이상 노력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만들지 못했던 친구를 호주에서 사귈 수 있을리 만무했다. 하지만 학원도 안가고 숙제도 없는 이때 마음껏 친구와 놀 수 있는 기회를 꼭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 기운을 이어받아 한국에서도 마음에 맞는 친구 한명 사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호주에서 일단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은 호텔 프런트 직원이었다. 우리 숙소에서 가장 친절한 직원 한 명의 이름을 물어봤다. ‘Caesar’라고 하는 남자 직원이고,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를 알았다. 친구가 BTS를 좋아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사 간 BTS 기념품을 친구 것까지 2개를 선물로 줬다.

낯선 호주 땅에서 호텔 로비를 오가며 반갑게 인사 할 수 있는, 아는 얼굴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얼굴을 익힌 'Caesar'는 신남매가 둘이서 호텔 로비로 '햇반'을 데우러 가면 아이들이 뜨겁지 않게 쟁반에 올려주고, 눈빛으로 말해도 알아서 척척 팝콘도 주며 예뻐해줬다.


우리의 본격적인 친구 사귀기‘미션’은 주로 수영장에서 이뤄졌다. 수영장에서 셋이 즐겁게 놀고 있을 때, 관심 있게 쳐다보는 외국 친구가 우리의 타깃이었다.

우릴 관심 있게 보면, 그 친구에게 웃으며 슬쩍 다가가 “같이 놀래?” 말을 걸어본다.

그러면 거의 쑥스러워하면서도 슬며시 합류했다.

이렇게 섭외한 친구 중, 신남매와 가장 잘 맞는 친구는 앤드류 남매였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 가족인데, 앤드류는 12살, 동생 로지는 7살이다.

아빠가 브리즈번에서 세탁업을 해서 이곳에 일주일 동안 머물다 간다고 한다. 앤드류는 동생을 무척 아끼는 신사적인 친구였다.

우리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술래잡기, 발리볼’을 하며 놀았는데, 앤드류는 힘이 세서, 공이 쭉쭉 날아갔다. 그러면 우리는 환호하며, ‘스트롱 맨~~~~’이라고 장난을 쳤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계속 발음 연습을 시켰는데 많이 어려워했다. 그래서 그냥 ‘라라라 라라 라라라라라’ 음으로만 하게 해줬더니, 음은 단번에 기억했다.

나는 아이들이 서로 친해질 때까지 함께 놀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슬쩍 빠져서 사진 찍거나 심판을 봐주었다. 그러면 아이들끼리 서로 안되는 영어로 소통하며 규칙을 정하고 놀았다.

친구가 된 앤드류 남매의 숙소도 우리와 같은 층이었고, 놀 시간을 정해 수영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며 놀았다. 어느 날은 커트머리의 시크한 엄마와 함께 왔고, 어느 날은 세탁업을 한다는 수염이 덥수룩한 아빠와 함께 왔다. 수영장에서 만나면 원래 알던 사이였던 것처럼 서로 격하게 인사하고, 또다시 ‘수영대결, 잠수 대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했다. 나중엔 앤드류도 우리가 편해졌는지 물뿌리며 장난을 쳤다. 신남매와 비슷한 앤드류 남매는 한국에 와서도 신남매가 가장 그리워한 친구였다.

앤드류 남매 외, 물 속에 머리를 박고 물구나무 서기를 잘하던 시드니에서 온 폴,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채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했던 멜버른에서 온 예쁜 밀랏(?) 등이 신남매와 잘 맞는 친구였다.

아직도 호주 친구들과 놀던 신남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생생하다. 호주에서 누구에게나 활짝 열렸던 마음 그대로 한국에서도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길 기도해본다.


- 종우의 일기 -

“나는 외국인 친구를 만나서 놀았다. 그 친구의 이름은 앤드류와 로지였다. 앤드류는 12살이고, 로지는 7살이다. 우리는 배구, 술래잡기 등등을 했다. 그 친구들과 재미있어서 3시간이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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