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골목대장 되는 법

사람과 자연과 동물과 함께 어울리는 법

by 눗씨

한국에선 낯가림이 심한 신남매가, 호주에서 외국인 친구 사귀기에 푹 빠졌다. 수영장에서뿐만 아니라 놀이터에서도 한국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골목대장'이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우리가 주로 이용한 '사우스뱅크'놀이터에는 많은 인종들이 모였다. 신남매는 이 놀이터를 참새방앗간처럼 오갔는데, 처음보는 호주 친구들에게 대화를 시도하며 놀이터 친구를 만들었다. 적응이 되자 FM 종우는 질서를 지키지 않는 친구들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새치기 하는 친구를 따끔하게 혼내는 광경을 목격했고(심지어 영어로!), 어린 친구들은 조금 기다려 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 이게 바로 산교육이지.'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아이들을 지켜봤다.

호주 놀이터는 스케일도 커서 미끄럼틀 길이부터 남달랐고 규모가 한국에서는 돈내고 들어가야 하는 키즈카페 수준이었다. 신남매는 놀이터를 정복하며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커가는 게 느껴졌다.

<사우스뱅크 놀이터의 한부분>


원래 동물을 좋아하던 신남매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과도 친구가 되었다. 호주에서 신남매 최고의 동물 친구는 일명 ‘쓰레기새’라 불리는 흰따오기 새였다.

한때는 멸종위기로 보호받았던 귀한 새인데, 시내나 공원 주변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걸 해결한다고 해서 ‘쓰레기새’라는 별명이 붙었다.

'쓰레기새'가 본격적으로 우리의 마음에 자리잡게 된 계기는 브리즈번의 ‘시티 보타닉가든’에서였다.

매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2시까지 마켓이 열려서 세계 여러 나라 음식과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팔았는데,

이곳엔 아이들이 열광하는 '코리안 핫도그'도 있다.

두 개에 한국돈 3만 원 정도로 가격이 사악하긴 했지만 호주에서 만난 우리나라 핫도그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우리는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핫도그를 먹었는데, 우리 주위로 ‘쓰레기새’들이 슬금슬금 모여들기 시작했다.

<연서의 치즈 핫도그>

“어이”하며 내쫓기도 하고, 신발로 땅을 팡팡 내려치며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다 결국, 용감한 쓰레기새 한 마리가 연서의 반 남은 핫도그를 낚아채 갔다. '이녀석 머리가 좋은 새인가?' 멍멍이들이 서열을 알아서 가장 어린 아이한테 이기려들듯 '우연인지 계획인지' 가장 어린 연서 핫도그를 들고 갔다.

그 당시엔 너무 놀라서 사진 찍을 엄두도 못내고, 후다닥 일어나 돗자리를 접었다. 그런데 쓰레기새가 그 뾰족한 입으로 핫도그를 먹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또 귀여웠다. 종우는 이 상황이 재미있어 깔깔웃어댔고, 연서는 "그래, 너 먹어라! 먹어!"라며 '얼마나 잘 먹는지' 함께 관찰(?)했다. 쓰레기새는 단지 식욕이 왕성할 뿐,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그 뒤로 눈치 보는 모습이 귀여운 ‘쓰레기새’는 우리의 친구가 되었다.

한국에서 보던 새를 생각하면 크기가 커서 무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쓰레기새’는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녀석으로 연서는 '쓰레기새'를 만나면 대화까지 시도했다.

<우리의 친구 쓰레기새>


- 연서의 일기 -

“온 동네의 쓰레기새란, 쓰레기새는 모두 모였다.

그때! 얍삽하게 생긴 쓰레기새 하나가 나의 치즈 핫도그 절반을 가져갔다. 숙소로 가기 전, 하늘을 보니 하얀 새가 핫도그를 물고 가고 있었다.”

쓰레기새와 좋은 추억을 쌓은 ‘시티 보타닉가든’에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놀이터가 있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걸 좋아하는 신남매는 이 큰 규모의 놀이터에서 한가지 놀이기구만 주구장창 팠다. 바로, 한국에서 일명 ‘뺑뺑이’라 불리는 그것! 처음엔 호주 친구들의 눈치를 보며 뺑뺑이 의자에 살포시 앉아있던 신남매는 이 ‘뺑뺑이’에 손님을 태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오면 “탈거니?” 물어보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앉으면 “출발~ ”이라고 얘기를 하며 뺑뺑 돌려준다. 다른 친구가 함께 미는 경우, 어린 손님을 태우면 "천천히 하자"라고 얘기해서 맞춰서 돌린다. 이날 다녀간 손님들만 못해도 50명은 넘는 것 같다. 부모들은 자식들 데리러 와서 신남매에게 "땡큐”하고 갔다. 전날 서커스 수업 후유증으로 종우는 어깨, 연서는 팔뚝에 파스를 붙였는데 신남매는 이날 파스 투혼을 했다.

<신남매가 운전하는 뺑뺑이>

한국에서는 낯을 가려 사람들한테 말도 못 걸고, 익숙한 친구만 만나고, 익숙한 장소만 가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호주에서는 나이, 인종 상관없이 친구를 사귀었다. 얼굴엔 긴장대신 여유가 있었고, 영어를 못알아 들어도 두 눈 똑바로 마주치며 자신들의 속마음을 나타내려고 했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넓은 호주 땅만큼 신남매의 마음도 열려있던 것 같다. 다시 호주로 갈 수 없는 지금, 한국에서 어떻게 신남매의 마음을 열어줄 수 있을까?





keyword
이전 04화특명, 호주 친구 사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