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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Jul 23. 2023

마흔이 되면 꼭 다시 봐야 하는 책, 어린왕자 2

어린왕자의 상인이 나에게 던진 질문


  어린왕자가 상인에게 한 말이 마흔의 내 가슴을 다시 두드렸다..


그 53분 동안 뭘 할 건데요?

 



시간을 파는 이상한 상인



"안녕하세요?"
어린왕자가 말했다. 

"안녕."
상인이 말했다. 

그는 갈증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는 신약을 팔고 있었다. 일주일에 알약 하나만 먹으면 물을 마시고 싶은 욕구가 사라진다고 했다. 

"아저씨는 왜 이 약을 팔아요?"
어린왕자가 물었다. 

"시간 절감 효과가 어마어마하거든. 전문가들이 계산을 해봤어. 일주일에 53분을 벌어준단다."

"그 53분 동안 뭘 할 건데요?"

"원하는 걸 하겠지."

"나에게 53분이 있다면 천천히 샘이 있는 곳으로 산책하듯 걸어갈 거야."
어린왕자는 생각했다.


-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더스토리, p115 


  분명 예전에는 깊숙이 와닿는 문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흔이 되어 읽으니 달랐다. 상인이 무엇을 팔며, 어린왕자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지점이 좀 더 나에게 다가왔다. 물론 전에도 이해를 못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마흔이라는 삶의 지점에서 '시간'은 분명 중요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마흔 즈음부터 우리는 '돈'보다 '시간'을 갈구하고 있었다. 가시적으로는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그 돈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사는 비용'인 것이다. 그러니 돈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여름휴가 때 멋진 휴양지에서 시원한 바람과 이국적인 향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기를 원한다. 그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러한 경험과 시간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는 일상에서의 휴식은 사라진다. 


  어린왕자는 상인에게서 같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분명 상인은 사람들에게 바쁜 일상에서 소중한 것에 시간을 쓰기 위해 물 먹는 시간을 아끼는 알약을 판다. 하루에 물 먹는 시간을 환산하면 53분이고, 그 알약을 통해 그 시간을 줄이고 진정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린왕자에게 갈증을 잊게 하는 알약을 통해 53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물을 마시러 천천히 샘물로 걸어가는 것이다. 결국 알약은 그에게 필요 없는 것이며, 그저 샘물을 향해 지금 당장 산책하듯 걸어간다면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마흔 동안 지나쳐온 것들



  어쩌면 우리는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이미 가지고 있지 않을까? 다만 그것을 향해 담담히 걸어가지 못했을 뿐이다. 그게 물이건, 따사로운 햇살에 누워 쉬는 것이건, 오늘처럼 추적추적 비 오는 날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느끼건.. 


  우린 가끔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느라 정작 원하는 것을 지나치고 놓치기도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은 아닐까? 바로 앞에 당장 쥘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인생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는 너무 서둘러 여기까지 왔다 
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

계절 속을 여유로이 걷지도 못하고 
의미있는 순간을 음미하지도 못하고
만남의 진가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 

나는 왜 이렇게 삶을 서둘러 멀어져 왔던가
달려가다 스스로 멈춰서지도 못하고 
대지에 나무 한그루 심지도 못하고 
아닌건 아니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주어진 것들을 충분히 누리지도 못했던가 

나는 너무 빨리 서둘러 왔다 
나는 내 삶을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 박노해,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깊은 공감에 가슴속 깊이 넣어놨던 시이다. 우리는 어린왕자의 상인에게 시간을 줄이는 알약을 사야만 계절을 느끼고, 순간을 음미하고, 만남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잠시 멈추면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멈추고, 원하는 길로 나아갈 용기가 있으면 되는 것이다. 





요즘 나를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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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마흔의책장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상인 





출처


사진. Pixabay


-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더스토리, 2018

-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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