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웨이브 Dec 01. 2024

반려견이 내게 가르쳐준 진짜 삶의 의미

일상영웅전 #9



집으로 돌아오니 반려견, 캐리는 현관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지독하게 부산한 하루였다. 오늘 하루는 지하철에서부터 사무실, 다양한 회의장소로 빠르게 지나갔다. 점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계속 이어진 다음 일정을 위해 서둘렀다. 그러면서 온종일 같은 생각이었다. 


"이것만 해치우면, 그다음엔 쉴 수 있겠지" 


캐리에게 손을 내밀자, 온 힘을 다해 몸을 비비며 반겨줬다. 나는 옆에 앉아 충분히 캐리를 쓰다듬었다. 뒤이어 주방으로 가 간단히 먹을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때 귀에 들려온 건 와그작와그작 사료를 씹는 소리. 돌아온 내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는지, 캐리는 한 알 한 알 꼭꼭 씹으며 평화롭게 저녁을 먹고 있었다.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에 지긋히 밥을 먹는 캐리를 바라보았다. 그 작은 혀가 사료를 굴리는 모습은 우스꽝스럽지만, 어쩐지 진지했다. 밥을 먹는 동안 캐리는 오직 밥만 먹었다. 먹는 순간이 전부였다.



나는 문득 멈춰 섰다. 


"왜 나는 하루를 '해치운다'고만 생각했을까?"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니, 해야 할 모든 일을 처리하는 데 급급했다. 어쩌면 나에게 밥도 그저 또 다른 일정이었다. 그러니 진짜 맛을 느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일하는 것도, 먹는 것도, 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다음 일을 위한 준비였지 온전히 그 일들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캐리는 밥을 다 먹고 나서 물을 마시고, 마치 만족한 듯 나를 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아무 말 없이, 그 행동만으로도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덕분에 밥 잘 먹었어. 이제부터는 온전히 너에게만 집중할 거야"





삶은 해치우는 것이 아니었다. 해야 할 일도, 해야 하는 시간도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만 있을 뿐이었다. 캐리는 사소한 행동으로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영웅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