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영웅전 #10
회사에서는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나에게 "이건 꼭 필요하다"는 자격증을 요구했다. 사실 그 자격증은 실무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매일같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해야 하니까"
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만, 단어들은 낯선 벽처럼 무의미하게 다가왔다.
집중이 안 될 때마다 머리를 들고 도서관을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때마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그가 보였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그 자리에 있었다. 책더미에 파묻혀 열정적으로 글을 읽고 필기하며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어릴 적 내게 늘 "노력은 길을 만든다"라고 가르쳐 주었던 선생님이 떠올랐다. 그 선생님처럼 그는 낡은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 무언가에 온전히 몰입한 그의 모습은 나에게 어떤 울림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그에게 작은 용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의 노력에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담아 보냈다. 쪽지 한 장이었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노력하는 당신의 모습이 너무나 멋집니다.
당신의 꿈과 목표를 응원합니다.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쪽지를 그의 책 위에 올려두고 돌아섰다. 그가 쪽지를 읽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손끝으로 글자를 따라 읽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다음 날, 나는 또다시 도서관에 갔다. 그런데 그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순간 아쉬움이 스쳤다. 혹시 어제의 쪽지가 부담을 준 것은 아닐까? 그의 책상 위를 보니 작은 메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감사합니다. 포기하려던 순간, 당신의 말이 저를 붙잡아 주었습니다.
덕분에 다시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이 쪽지가 당신께 닿기를 바랍니다."
그 메모를 읽으며 마음 깊은 곳에서 따뜻함이 차올랐다. 사소한 행동이 이렇게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니. 나의 작은 쪽지가 그에게 힘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의 자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 메모를 조심히 주머니에 넣었다.
그날 이후, 그의 모습은 더 이상 단순히 노력하는 누군가가 아니었다. 나에게도 영웅 같은 존재로 보였다. 그는 포기하지 않는 법을 알려 주었고, 나는 그에게 진심을 전하는 작은 용기의 가치를 배웠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의 영웅이 될 수 있다.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진심이 담긴 응원이라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도서관의 그 조용한 한켠에서, 나와 그는 그렇게 서로의 삶에 따뜻한 흔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