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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현 Feb 22. 2021

라면을 먹고 본 밥정

장감독의 영화 리뷰

월요일 루틴으로 화상 미팅을

마치고 점심으로

굴비를 반찬 삼아

앵그리 너구리를 먹었다.


라면에 굴비라니.

밥솥에 밥이 적었기 때문에

굴비와 어울리는 쌀밥은

두 딸들에게 양보(?)하고

우리 부부를 위해 나는 라면을 끓였다.


붉게, 앵그리 하게 끓어오르는

국물에다 프랑크 소시지를

썰어 넣었다.

면발을 주식 삼아 굴비를 발라먹으며

한 끼 식사를 거하게 마쳤다.


일 때문에 오늘까지 봐야 하는

영화가 있었다. 박혜령 감독의 작품,

임지호 셰프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다큐 <밥정>이었다.


라면 한 그릇 먹고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자연산 식재료를 이용해

만들어진 정성스러운 음식 때문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아이들과 함께 봤는데

<밥정> 때문에 우리 가족은

지리산 여행을 떠날 거 같다.


임지호 셰프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때문에

10대부터 곳곳을 떠돈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저 사람이 좋아서,

어머니에게 따듯한 밥 한 끼

차려드리고 싶어서

자기 자신을 음식에 던졌고

결국 독보적인 요리사가 되었다.


정상에 올랐지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그는 누군가를 먹이며

버티는 듯했다.


정성스럽고 아름다운

음식의 향연이 펼쳐진 다음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서

내 배 속에 아직 든든히

채워진 라면의 존재가 느껴졌다.


라면이면 어떻고, 밥이면 어떤가.

허기를 채워주는 모든 음식은

그 자체로 정이 간다.


작년, 가족들과 처음 간

해외여행지 라오스에서

끓여준 신라면을 후루룩 거리며

배추김치와 맛있게 먹던

몽족 소녀들이 떠오른다.


<밥정>을 보고 나니

허기진 누군가에게

라면 한 그릇 끓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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