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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Feb 06. 2023

남들 시집갈 때 나는 대학 간다.

1. 인생의 경로를 이탈했다.

생애주기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영아, 청소년, 대학생, 청년, 중장년, 노년 그 나이에 맞는 발달 과업이 있고, 역할이 있고, 해야하고, 체험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인생에도 자신 나름에 설계한 경로가 있을것이다. 나는 그걸 단 한순간의 어이없는 선택으로 벗어났다.

이제 그 선택을 바로잡으려고 한다. 이미 늦어진 시간만큼, 또 나는 내가 이 시기에 해야 하는 것들을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더 늦기전에 하기로 결정했다.




누군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언제냐고 물어보면, 나는 단번에 말할 수 있다.

내가 20살이 되던 2008년도다. 20대의 풋풋하고 뭐든 다 할 수 있는 시절을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나의 삶이 뒤바뀐 시점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나쁘지 않은 성적을 유지한 탓에 수시로 쉽게? 학교에 합격했다.

수시에 합격한 학교는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일이 있어,

대학을 나왔다가 중요했지, 대학 간판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수능도 그냥 고3이면 누구나 치뤄야 하는 시험이기에 경험상 보는 정도였다. 수능 점수는 관심도 없었고, 수능 시즌에 수험생들만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할인 등과 같은 혜택만을 쫓아다녔다. 이제 곧 시작하는 20대의 날들에 대해 기대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쉽게 들어간 학교는 지금 보면 별거 아니지만 그때 당시에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로 흔들릴 만큼 심각했던, 여러 가지 일들로 너무나 쉽게 자퇴했다.

나의 꿈은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쌓고, 대학을 졸업해야만 취업이 가능한데도,

어리석은 나의 치기 어린 결정이 나의 인생을 나의 삶을 혼란스럽게 할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고졸, 성인이 되었고, 그 후 나는 삶의 방향을 잃었다.

(고졸이었기 때문에 방향을 잃었다는것은 아니다.  단지 나의 목표가 대학을 졸업해야지만 취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계획도 없이 한 자퇴였으니, 갑자기 학생과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백수여자가 되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뭘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앞이 깜깜했다.

그리고 나의 이런 상황을 주변사람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뭐라도 해야 했기에 돈이라도 벌 생각으로 회사부터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막혔다. 회사는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 거지?

내 주변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학교를 들어간 상태고, 회사에는 어떻게 들어가는 건지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그러다가 알음알음 듣게 된 채용 사이트를 통해 나의 꿈이었던 직무를 채용하는 회사에 채용공고를 확인했다. 내가 본 모든 곳의 기본 자격요건은 대학 졸업자였다.

당연했다. 나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단 한순간도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적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고졸이었고, 내가 원하던 회사에 원서조차 넣지 못하고, 1차적으로 차단되었다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 모든 선택은 내가 했고, 그 선택에 대한 결과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도 나였다.

차선책으로 학력제한이 없는 내가 그 시절에 입사를 할 수 있는 회사를 입사하였고,

퇴사, 또 다른 회사에 입사, 퇴사를 반복하였다.

그때마다 학력은 나의 발목을 잡았고. 학력은 나의 콤플렉스가 되었다.

나의 20대는 나의 콤플렉스를 확인하면서 시작했다.

나의 선택이 나의 꿈을 시작도 못하게 만들었고, 그 선택에 의한 결과로 인생의 경로를 이탈했다.

그게 나는 너무나 뼈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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