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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MPO RUBATO Apr 27. 2021

행복의 이모작

행복의 빈도수를 높이는 방법

대학 때, 기억나는 교수님의 말은 딱 하나다. 당시에도 감명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볼드체로 써두었는데, 성격심리학 수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이다. 노고로 똘똘 뭉친 몇 천만 원을 들여 몇 년을 다닌 곳에서 고작 이 말 하나 생각난다니 잠시 나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제법 고가의 이 말이 사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제자들아, 수수한 마음으로 도처에 깔려 있는 소소한 행복을 손쉽게 찾고 때론 직접 만들기도 하면서 툭하면 행복하거라."라는 교수님의 바람 아닐까 좋을 대로 생각도 해본다.


계절의 순환을 매년 겪으면서도 매년 신기하다. 이 신통방통함은 유난히 봄에 느껴지는데 한해도 거르지 않고 발랄하게 알람이 울리는 구근식물의 동그란 뿌리를 볼 때 그렇다. 지구가 이렇게 작동하는 것도 저런 자연의 베이스는 근면함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먼지 쌓인 십 년 전의 말을 하다가 갑자기 현재로 핸들을 꺾은 이유는 나에게는 이 계절이 행복의 빈도수를 높일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간이든, 나에게든 타인에게든 나가서 걸을래?라는 말을 부담 없이 던질 수 있는 요즘의 날씨. 한낮의 볕도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섭외한 것 같다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데 무해한 생각이 넘어가도록 하자. 얇은 셔츠 사이로 살랑살랑 파고드는 따뜻한 저녁의 바람은 묵직한 번뇌들 사이 작은 걱정들만큼은 확실하게 날려준다.


오늘도 나를 축으로 오늘도 조용히 공전 중인 행복과 불행들. 그 속에서 타박타박 걸으며 더 확실하게 좋아진 봄날의 감정들을 집으로 돌아와 굳이 글로 치환했더니 한번 더 행복해진다.  


"교수님, 이렇게 행복하다고 해도 자고 나면 다채로운 내부 요인과 외부 변수로 수수한 마음을 잃고 도처에 깔려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지르밟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불행을 생성할 수도 있겠지요. 그때마다 주문처럼 저는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는 말을 읊조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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