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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준 Feb 22. 2021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기

공시생 중에서 상당수가 스스로에게 연민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젊은 나이에도 주변 친구들은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는데 나는 이런 방구석에 틀어박혀 공부나 하고 연애, 자기 계발은커녕 사실상 백수인 불쌍한 나 자신. 이렇게 스스로를 연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주위 사람과 비교하지만 스스로를 다독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더 나아가 더 깊은 구덩이까지 끌고 내려가 끊임없는 자기 비하로 이어지면 안 된다. 이런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며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연민해달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이기적이지 않은가? 결국은 나, 개인의 성공을 위한 일인데 말이다.      


공무원 수험생활 중 의외로 심적으로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취업 준비를 할 때 더 힘들었다. 그때 주변에서 혼자 백수였다. 전문대학에 입학에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친구, 꿈을 위해 상경한 친구, 인턴으로 일하는 친구 등 모두가 꿈을 찾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듯 보였다. 그에 비해 막연히 전공 무관인 직무에 지원해 어떤 회사든 상관없이 입사하고 싶다고 미래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아무 꿈도, 목표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어 하는 내가 남들과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꿈이 있는 사람의 생기 있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를 것이다. 부러웠다. 내가 안개가 자욱하게 낀 듯한 회색도시라면 꿈이 있는 사람들은 무지개가 활짝 핀 구름이 몽글몽글 떠다니는 푸른 하늘 같았다.     


남들과 비교하며 방황하던 내가 공무원이라는 목표가 생기니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었다. 여러 개로 나뉜 길에서 어쩔 줄 모르다 도착지가 표시된 이정표를 본 듯 확신이 생겼다. 이 길만 가면 된다고. 그럼 도착할 수 있다고. 나를 안심시키는 것 같았다. 길을 알았으니 올곧이 그 길을 걷기로 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포기하고 싶고 돌아가고 싶을지라도 묵묵히 걷기만 하면 도착할 수 있다. 나만 노력하고 이겨내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니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조차 나에겐 사치였다. 오히려 스스로가 불쌍하지 않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합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부해야 한다. 수백 명, 수만 명의 경쟁자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들만큼 공부해서는 안 된다. 그들보다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내 목표까지 도착할 수 있다. 노력하는 모습이 가엾어 보이는 가.     


나 혼자 걷는 길이니 고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 위해 가족을 제외한 모든 연락을 끊었다. 이미 취준생 시절 한번 겪었기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가질 것 같았다. 그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할 것 같았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 생각 없이 공부해야 한다. 내가 왜 이 좋은 날씨에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하나, SNS에 올라온 지인들의 사진을 보며 본인의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는 등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눈을 뜨고 책상에 앉는 그 순간까지 아무 생각이 없어야 한다. 인강을 들으며 교재를 보고, 문제를 풀면서도 다른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날씨가 좋으면 날씨가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행지, SNS 맛집이나 핫플레이스에 가서 찍은 지인들의 사진을 보며 부러우면 부럽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순하게 보고 생각이 느낀 대로 생각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이상 생각이 뻗어나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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