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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l 18. 2024

 오늘 배운 소중한 찰나!

일상의 맛 일상 에세이



하늘창고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비가 가득 담긴 주머니에 구멍이라도  뚫린걸까? 

밤 사이에도 비가 많이 왔는데 거센 빗줄기는 칠 줄을 모른다. '이대로 마을이 잠겨버리는 거 아닐까?' 걱정스러우면서도 밤새 창문을 토독토독 때려대는 빗소리가 어쩐지 달콤하게 느껴졌던 지난 밤, 뒤척여서 그런지 밤새 비와 대화를 나눈 느낌이다.






요즘 모임이 많아져서 외출이 잦다. 좋은 사람들로부터 받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언제나 삶의 활기와 자극을 선물해준다. 그들로부터 받은 무한한 에너지로 하루를 충만하게 채우는 것도 감사하지만, 에너지를 쏟고 나면 피로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쏟아낸 에너지를 채우려면 다시 고요한 시간과 정적이 필요하다. 전에는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던 내가 이제는 제법 혼자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을 즐길 줄 안다. 가끔 고독하게 다가와 원인 모를 외로움에 사무치는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고독함의 진정한 매력을 제대로 알고 즐길 수 있다고 자부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깨끗하게 집안 정리를 마친 청정하고 뽀송뽀송한 거실 한 켠, 내가 좋아하는 테이블에 앉아  혼자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시간을 마음껏 부리는 달콤함이란 상상만 해도 기분좋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비까지 주룩주룩 내린다. 얼마나 감성적인가. 혼자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노트북과 좋아하는 노트 한 권을 덜렁 들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있는 나를 상상해보지만 어디까지나 생각 일 뿐이다.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나가려면 뭐라도 얼굴에 찍어발라야 하고 옷도 차려입고 하는 시간이 아까워 대부분은 집에 있는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나가고 싶어졌다. 서둘러 준비를 해본다. 신간서적도 둘러보고 싶고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쭉 들이키며 폼 나게 노트북을 두드리고 싶어져서 서점과 카페가 함께 붙어있는 쇼핑몰로 향한다.





오전시간, 한적한 카페.

얼굴을 맞대고 얼굴에 생기를 머금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혼자 핸드폰을 보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자리에 앉는다. 그 때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쌓아두고 책 속에 고개를 파 묻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나이가 지긋이 있어보이는 두 부부의 모습은 나도 모르게 입가에 엷은 미소를 드러나게 했다. 

한참을  내 노트북에 시선을 둔다. 수정하고 완성해야 할 글을 다듬고는 한숨 돌려본다. 그리고 책이 잘 전시되어 있는 서점으로 향한다. 몇 권의 서적을 뒤적여보다가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맞은 테이블에 또 다른 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그 부부와 다른 부부이다.

중후한 멋이 묻어나는 희끗희끗한 머리스타일을 보며 나이를 짐작해보다가 편안하게 신은 슬리퍼를 발견하고는  왠지 모를 친밀함이 느껴져 나이를 헤아려보는 일을 그만두었다.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노련하게 마주앉아 친밀한 듯 하지만 완벽한 타인이 되어 각자의 책 속에 얼굴을 파 묻고 있는 부부의 모습. 아름답고 완벽하다. 무슨 책을 저리도 열심히 읽는지 잠시 궁금증에 휩싸이다가도  왠지 모를 부러움과 흡족한 마음 하나에 그냥 충실해본다.  우리 부부도 저렇게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 주어진 여유시간에 각자 또 따로, 함께 독서하고 성찰하는 삶을 살게 된다면 더 없이 좋겠다는 바램이 이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결론이다.




짧게라도 외출을 즐길 때 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런 소소한 깨우침을 얻는다. 아름다운 삶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재미가 참 좋다. 집에서 혼자 즐기는 여유도 좋지만 여건이 된다면 어디든 나서볼 계획이다. 또 낯선 타인을 통해서 어떤 교훈과 자극을 얻게 될지 기대가 된다.




아름다운 노후를 즐기고 있는 그 부부들의 삶 깊숙이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권한도, 이유도 없지만 딱 거기까지. 좋아보였던 모습만 기억하고 싶다.  무엇보다 노후에도 카페에 마주 앉아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와  건강이 우리 부부에게도 꼭 주어진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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