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육아와 닮은 점
요리를 못했던 11년 전 내 모습
요리를 잘하는 사람, 못 하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을까? 따로 구분을 해보자면 나는 요리를 정말 못하는 사람이었다. 신혼 초, 몇 가지 밑반찬을 시도할 때마다, 늘 실패였다. 나름 연구도 많이 하고, 알아보기도 많이 한 후에 도전했던 요리였기에 실패는 나에게 큰 상실감을 주었다. 무작정, 막무가내 정신으로 했던 요리라면 덜 억울할 텐데, 나름 정성을 다해서 준비한 요리를 망치는 일은 참 억울하고 속상한 일이었다. 준비한 재료가 아까운 건 물론이고, 요리한 시간에 공들인 나의 정성과 시간이 아까운 건 두 번째고, 열심히 요리를 했는데도 결과물이 없어서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은 세 번째로 슬프고 힘든 사실이었다.
대단한 요리를 한 것도 아니다.
차라리 제육볶음이나 닭볶음탕 같은 메인 요리는 어렵지 않았는데, 미역줄기 볶음이나 감자채 볶음 같은 밑반찬 만드는 게 나에겐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늘 실패였고, 의기소침해서 "다신 안 해!"를 외치다가도 오랜만에 스리슬쩍 다시 한번 도전하면 역시나 실패했던 요리들이 대부분 그런 요리들이었다.
이제 주부 11년 차!
베테랑 요리사
하지만, 이제 주부 11년 차!
웬만한 밑반찬과 메인 요리는 내 손 안에서 뚝딱 만들어진다. 뚝딱 만들어진 요리는 심지어 맛있기까지 하다. 이 모든 것이 손 끝에서 나오는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맛있게 잘 된 요리를 보면서, 문득문득 신혼시절의 상실과 아픔이 기억이 난다.
'그땐 이 쉬운 요리가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요리를 하면 할수록 요령이 생겼다. 요령이 생겨나면서 터득한 가장 큰 요령은 바로 불 조절이었다. 요리는 불 조절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는 봤는데, 정작 요리하면서는 잊고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특히, 내가 실패했던 미역줄기와 감자채 볶음 같은 요리는 약한 불에 오래 볶아야 한다는 아주 쉬운 원리도 이제야 깨달은 나를 보면서, 나의 어리석음과 미숙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댄다. 약할 불에 달달 볶았어야 할 재료들을 멋모르고 센 불에 볶아대다가, 감자는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벌써 감자는 타 들어가고, 아무리 식용유를 더 둘러대 보아도, 물을 성급히 부어보아도, 이미 감자볶음은 실패인 것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하면 할수록 다 잘하게 되어 있는 것.
약한 불에 살살 볶아대니, 내가 원하는 포슬포슬한, 부서지지 않고 단단한 맛있는 감자볶음이 뚝딱 완성이 되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밑반찬이다. 아주 간단한 요령과 상식이 없어서 그렇게 불 앞에서 쩔쩔맸던 신혼 때 내 모습을 떠올리며, '그땐 왜 그 쉬운 방법을 몰랐나' 싶기도 하지만, 뭐든지 경험이 중요한 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나. 하면서 배우고, 실패하면서 깨닫는다. 그건 철저히, 스스로 부딪히고 경험해봐야 알게 되는 사실이다. 아무리 주위에서 '불 조절이 관건이다' '요리는 정성이 필요하다'라는 조언을 해주어도, 정작 본인이 그 사실을 기억하고, 실행해보며, 두드리고 건너보며, 넘어지고 일어나면서 경험하고 깨달을 때에야 진정한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요리와 육아와 닮은 점
뭐든지, 하면 할수록 잘하게 되어 있다.
요리도 그렇고 육아도 그렇다. 그래서 첫째 아이는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전전긍긍하며 애지중지 키우다가 둘째가 생기고 셋째를 키울 땐, 경험이 묻어 나와 여유가 생기고, 시행착오를 덜 겪게 되며 편안한 육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요리도 육아도,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고,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욕심이 생기는 것도 비슷하다. 요리엔 확실히 정성이 필요하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 확실히 맛이 있다. 정성이 들어간다는 말은 재료 손질이나 요리를 하는 과정도 들어가겠지만, 무엇보다 그 한 가지에 몰두해서 완성해나가는 정성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이것저것 분주하게, 한 번에 다양한 요리를 할 때에, 아무래도 정성이 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육아에도 정성이 필요하다.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고 아이의 말에 공감해주고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오늘 내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육아는 어렵다. 늘 새로운 문제 앞에서 넘어지고 좌절한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잘하게 되는 요리처럼, 육아도 하면 할수록 더 잘하게 되는 거라 믿는다. 오늘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께서 오늘도 나에게 허락하신 자리는 엄마라는 자리이기에,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집밥을 식탁 앞에 내어놓고,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키운다. 그게 오늘 내가 잘해야 할 일이고, 틈틈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면서 하루를 또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