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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과학자 May 01. 2022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서평] 그냥 하지 말라.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모두에게 균등하게 온 것은 아니다.
The future already here -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
- 윌리엄 깁슨 -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싶어 한다. 과학 기술의 총체라는 인공지능도, 결국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인공지능의 핵심은 수많은 데이터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아내고, 그 관계를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무어의 법칙을 따라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그 정확도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예측이 발현되는 '시점'과 '대상' 있어서는 여전히 '시차'가 존재한다.


특히, 발현의 대상이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모든 사람은 각자 개성을 지닌 존재이고, 저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어날 일'이 우리 곁에 와 있을 때, 그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사람도 있고, 아직 실감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직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다른 이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면, '언젠가 나에게도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냥 하지 말라'의 저자는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캐는 '데이터 분석가'로 유명하다. 사람들의 일상적 기록이 담겨 있는 소셜 빅데이터에서 인간의 마음을 읽고,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이해를 주변에 전달하는 역할을 업으로 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미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말한다. 어떠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변화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양한 관점에서 우러나온 나온 화두를 던져 준다. 그리고 '그러니 절대 예전에 하던 대로 그냥 하면 안 된다'라고 여러번 힘줘 말한다.




가치관의 액상화(liquefaction)
우리가 알던 믿음이 마치 지진이 일어난 후처럼 하나둘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다른 것도 바꿀 것입니다. 전제가 흔들리면 다 바뀌기 때문입니다.
p. 104


1980년대 '부자'가 되는 길은 10억 정도의 자산을 모으는 것이었다. 1980년대 시중 수신금리는 약 15%였다. 10억에 대한 1년 이자는 1억 5000만 원이었고, 이자소득세를 내도 월 800만 원이 손에 떨어졌다. 그러니 당시 직장인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았다. 회사에서 인정받아 최대한 몸 값을 올리고, 승진하고, 월급을 모아 저축하는 것이 부자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이었다.


그런데 현재 시중 수신금리는 1%대이다. 종합 소득세를 떼고 나면 원금 100억이 있어도 월 500만 원을 가져가기 어렵다. 더 이상 아껴서 저축해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월급은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기본 수입원일 뿐이다. 그러니 요즘 세대는 젊은 나이에 대기업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임원이 되면 언제 잘릴지 모르는데, 자기는 그런 자리를 꿈꾸며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 노력을 할바에 좀 더 일찍 재테크를 시작하겠다고 말한다.


'절약과 저축', '초고속 승진'은 요즘 세대가 원하는 당연한 꿈이 아니다. 이전 세대와 기본 전제가 다르니 삶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 이러한 변화의 속도 또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같은 세대 안에서도 변화에 짐짓 둔감한 몇몇 이들은 나이 어린 '꼰대'라 불리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과거 나의 경험을 나의 생각을 함부로 강요해서는 안된다. 조언은, 충고는, 현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기업의 누군가가 함께 일하는 젊은 직원을 격려할 겸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좀 더 하지 그래요?"라고 했더니 직원이 "얼마 큼요?"라고 묻더랍니다. 그분은 직원의 반응이 불편했다고 했지만 저는 직원의 반응이 맞다고 생각해요. 기준 이상을 요구할 이유도 없고, 나아가 그 기준이 계속 변한다면 끝도 없이 노력해야 하니 나중에는 폭발해버릴지도 모릅니다.
p. 199~200


직장 내 만연했던 상하 관계의 '당연함'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서, 중역으로 정년퇴직하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했다. 조직과 스스로를 동일시하고, 물아일체처럼 조직에 멸사봉공의 자세를 가지는 것을 '올바름'이라 여겼다. 그러니 '월화수목금금금' '늦은 야근'과 '새벽 출근'이 강요돼도 '젊은 날의 열정', '열정은 인성' 같은 말들에 위안을 받았다. 야근하는 후배에게 박카스 하나 건네주며, '좀 더 열심히 해'라는 말은 선배가 주는 따뜻한 격려가 분명했다.


하지만 요즘 세대들에게 직장은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 가는 과정으로써만 의미가 있다. A라는 기업에서 몇 년, B라는 기업에서의 몇 년은 더 좋은 곳으로의 이직을 위한 포트폴리오일 뿐이다. 그러니 예전 같았으면 영원한 상사였을 사람도 지금은 한시적 동료에 불과하다. 그러니 동등한 동료가 자신에게 무례하게 구는 걸 참을 수 없고, 심지어 그 관계마저 한시적이니 훗날을 기약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늘 공정성 이슈가 나오고,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는 말뿐인 선배들은 회사에서 가장 배척되는 사람이 된다. 그러니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후배를 동료로서 존중하는 자세, 그의 커리어를 만드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마음의 준비까지 해야 한다. '라떼는' 같은 옛날 얘기만 하다간, 후배들로 부터 '멍한 사람'이라는 평가만 받기 십상이다.  


모든 개인의 정보가 줌인되어 확대되고, 환기되고, 재생될 수 있음으로 '근원적으로 착해야 한다'는 삶의 법칙이 각자에게 요구될 것입니다. 
p. 244


저자는 쉬워진 정보의 생산과 공개가 개인의 삶의 법칙마저도 변화시킬 것이라 말한다. 예전에는 익명성의 뒤에 숨기가 참 쉬웠다. 남들이 보지 않으니, 남들이 듣지 않으니, 남들이 나를 모르니, 몇 번의 무례함 정도는 쉽게 무마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거리거리마다 고정된 CCTV가 설치되어 있고, 모든 개인들이 움직이는 CCTV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 한순간이라도 누군가에게 잘못하거나 상처를 주는 것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그러니 늘 조심하고 늘 사려 깊게 사는 삶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항상 착한 척하는 건 몹시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원적으로 착해져야 한다. 그래야 일탈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 착한 척한다면, 긴장이 풀어진 순간 단 한 번의 일탈이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에 대한, 일탈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면 그 사람의 행동도 마음도 당연히 변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세상의 변화에 무지한 몇몇 이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것을 목격한다. 한 순간 공공의 적으로 몰린 유튜브의 민폐남, 민폐녀들이 우리 시대의 변화를 미리 인지했다면 그들의 삶이 조금 편해지지 않았을까?

  



피터 드리커는 일찍이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금과옥조를 전했다.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터의 측정을, 분석을 업으로 삼는 '데이터 분석가'가 전하는 말은 그 무게감이 매우 크다. 그들이 개인 혼자 할 수 없는 '측정'을 이렇게 해주었으니, 우리 모두에게 '개선'이라는 숙제가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강조하는 '균형감' 또한 막연한 압박감을 주기도 한다. 너무 빨리 움직이면 공감을 얻지 못하고, 너무 느리게 움직이면 세칭 '꼰대'라 비난받을 수도 있다는, 그 균형감 말이다. 매 순간 달라지는 변화에 방향과 속도를 맞추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숙명이라는 이 말도, 한편으로 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명은 현재의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충분한 현행화가 되어있지 않은 미흡한 태도에서 기인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좀 더 가까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두려움이 신선한 호기심으로 다가오도록 부단히 가꾸어야겠다는 생각이, 그리고 다짐이 생겨난다. 물론, 저자가 전하는 모든 말이 공감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을 최전방에서 바라보고 분석하고 있는 저자의 견해를,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주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그런 생각이 진하게 든다.   


그냥 하지 말라 책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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