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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아줌마가 됐습니다

by 은섬


며칠 전 안나의 영어학원-


선생님 : 내가 가르친 학생이 OO대에 진학해...

안나 : 어, 우리 엄마 거기 나왔는데?

선생님 : 무슨 과?

안나 : OO과요.

선생님 : 엄마 뭐하시노?

안나 : 집에 있는데요...


이런 일이 있었다고 우리 중딩이가 말해줬다. 나는 허허, ☺️ 웃으며 '다음엔 엄마 작가라고 해죠' 라고 말했다.ㅋ


블로그 이웃님을 오프에서 만났는데, 만나고 보니 나랑 동갑이었다. 오메!

그리고 자리를 잡았을 때 그분이 명함을 건네주셨다.

직급이 무려 이사님이셨음 �


함께 글을 쓰는 모임이 있다.

매번 시립도서관에서 모임을 갖다가 그날 장소가 여의치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때 참석자 중 한 분이 자기 직장에 함께 쓸만한 공간이 있다고 우리를 초대해 주셨다.

그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OO 센터.


신기해서 둘러보다가 기물에 붙어있는 자산관리표를 봤고 주 책임자가 바로 우리를 초대해 주신 그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난해 도서관 수필 수업에서 만난 분과의 인연으로 그분의 직장을 방문했다.

담당자 님이 그분을 부르는 직함이 '차장님'이었다.

차장님은 나보다 제법 어리신데...


어떤 정보 없이 만났던 사람들을 명함으로 만나고 난 후 솔직히 놀랐다.

그들이 부럽지 않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yes다.

일을 병행하면서 육아와 가사까지 책임졌을 그녀들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들과의 유일한 매개체를 꼽으라면 어떤 식이든 우리들 사이엔 '글쓰기'가 있을 테다.


자연스레 생각은 내가 계속 직장생활을 했을 때의 내 모습은 어땠을까?로 이어졌다.

과거 몸을 담았던 첫 조직의 워크숍에서 전 직원들을 상대로 pt를 할 때는 나도 커리어 우먼이 될 줄 알았다.

그런 핑크빛 미래를 꿈꾸던 장면이 여러 번 있었다.


... 여차여차해서 지금의 내가 됐다. 짠-


지난 은유 작가의 북토크 때 어떤 이야기 도중에 작가님은 사람을 명함으로 만나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들의 명함에 나는 괜히 그들을 다시 보게 된다.(positive)

그게 부러움만은 아니었기에 나의 마음은 조금 더 복잡해졌다.


누군가는 팔자 좋다고 부러워하고 누군가는 남편이 힘들게 번 돈으로 커피 마시며 수다 떤다고 한심해하는 전업주부.

그게 바로 나다.

그래도 내가 위축되지 않고 지금 상황에 꽤 안분지족 할 수 있는 건 역시나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기 때문이다.



6년 전 이맘때 우연한 기회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아마 조금 늦었더라도 나는 결국 글을 쓰긴 했을 것이다.

쓰는 삶은 나의 자존을 지켜주는 울타리.

그러면서도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이렇듯 마음속에 남게 된 건 역시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같은 거려나?



때론 인식조차 하지 못한 조용한 선택으로 나는 글 쓰는 아줌마가 됐다.

그리고 요즘... 내가 되지 못했던 우주가 나를 잠깐 흔들고 지나간다.☺️




** Image by Benedikt Geye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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