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당선 문자를 받고
(지난 금요일에 올린 글이 브런치북 미선택 이슈로 지각 연재가 되어버렸다 ㅠ)
당선 문자를 처음 받았다.
눈을 의심했다. 처음 받은 문자는 이게 당선이란 건지 아닌 건지 헷갈렸는데, 두 번째 문자엔 당선을 축하한단 메시지가 명확했다. 심장이 벌렁거려 문자를 보고 또 봤다.
지난 일요일 밤, 캘린더에 기재된 공모전 마감일 일정에 노트북을 열었다. 퇴고된 원고를 그대로 보낼 예정이었는데, 문서 작업이 자꾸만 속을 썩였다. 캔바로 만든 표지 두 장을 jpg로 저장해 한글 문서 1,2페이지에 얹는 게 문제였다. 자꾸만 1페이지 위에 2페이지 표지까지 올라갔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러다 마감 시간을 놓치겠다 싶어 2페이지의 jpg 파일은 삭제해 버리고 그냥 글을 적었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응모한 공모전에서 당선 연락이 온 것이다. 그런데 어째 문자 내용이 이상했다. 등단비가 아닌 응모비가 있단다. 이런 이야기를 나도 들은 바가 있어 기분이 싸했다. 나는 문자를 캡처해 챗GPT에게 물어봤다. 이거 이상하지 않냐고. 나는 누군가에게 이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란 확인을 받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휩쓸리고 싶었다.
예상한 대로 챗GPT는 절대 돈을 보내지 말라고 했다. 정상적인 문예지나 출판사는 절대 등단자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건 쓰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는 구조라고 했다.
솔직히 혹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60만 원이 등단 비용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극악한 경쟁률의 신춘문예에서 매해 실패하며 나는 이제 눈을 낮춰야 하고 고민하고 있었기에 일단 어떤 식으로라도 등단이란 월계관을 쓰고 싶었다. 글을 쓰는 일은 늘 어렵지만 딱 그만큼 재미있었다. 그러나 매해 반복되는 도전과 고배의 잔은 스스로를 의심하게 했고 글 쓸 에너지를 앗아갔다. 작가지망생과는 이제 그만 작별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라고 모를까? 글 쓰는 게 이미 일상이 된 내가 계속해서 글을 쓰는 건 너무 당연한 일임에도 등단을 꿈꾸는 건 인정을 받고 싶은 거였다. 그 뒤에 따라오는 기회는 그다음이었고. 그런데 그 인정이 돈을 주고 산 거라면? 원하는 인정은 그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을 게다.
결국 나는 문자를 읽씹 했다. 그리고 그날밤 우연히 돌린 채널에서 낯익은 음악을 들었다. 인스타 배경음악으로 많이 들었던 노아주다의 '힙합보다 사랑, 사랑보다 돈'이었다. 처음 공중파에 나온다는 가수의 얼굴에 기쁨이 한가득이었다. 그가 2곡의 노래를 더 불렀고, 그 뒤로 다른 인디 아티스트도 나왔다.
그들을 보며 난 알 수 있었다. 아주 많은 사람이 알아보는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그들이 얼마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일을 즐기는지. 60만 원을 지불한 사람에겐 허락되지 않는 표정일지도. TV 화면 속 노래 부르는 그들의 표정은 내가 글을 쓸 때의 얼굴과 꽤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