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일기 Dec 21. 2023

그땐 왜 몰랐을까?

40년전 행동이 깨달아지는 순간

아침이다

부엌과 거실을 오가며,  혼자만의 작은 전쟁을 치른다

빨리 식사준비를 끝내고, 아침 일찍 출근하려는 마음과, 가족들에게 건강한 밥상 정도는 아니지만, 한 가지 반찬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빠르게 몸을 움직인다

눈을 뜨자마자, 세면대에서 얼른 씻은 후, 부엌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데, 갑자기  한숨이 나왔다

싱크대에 큰애가 어제 싸가지고 간 도시락통이 고스란히 놓여있었다. 물에 담가놓지도 않은채 말이다

엊저녁에 분명 모든 설거지를 끝내놓은 상태인 후라, 화도 났다

일단 도시락통을 외면한 채로 냉장고에서 청국장과 국물다시를 넣어서 빠르게 청국장을 앉히었다

깻잎을 얼른 식초에 담근 후  프라이팬에  계란말이를 두세 개 부치었다

아무리 시계를 보면서 빠르게 준비를 하여도 최소 40~50분은 기본으로 시간이 날아간다

그럭저럭 찌개와 부침으로 마무리를 한 후, 출근 옷으로 갈아입으려 하니, 도시락통이 맘에 걸리었다

'도시락통을 씻지는 못할망정 제대로 내놓기는 해야지' '추운데 하루종일 일하고 와서 저녁설거지를 하는 엄마의 입장이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내심 서운하기도 하다

방에서 자고 딸에게 한마디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외면한 도시락통을 얼른 닦았다

더 부리나케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면서 혼자 투덜거렸다 그런데  순간 갑자기 친정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 얘들아, 도시락통 안 닦아도 좋으니, 제발 학교 다녀오면 내놓기만 해라'

그땐 학교 다녀와서 할 것도 많아, 매일매일 같은 말을 들으면서도 귀담아서 실천한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이야 부엌이 거실에 같이 있어, 덜 춥지만, 예전에는 추운 새벽 바깥에 있는 부엌에서 새벽부터 혼자 가족들 아침과 도시락통 3개를 일일이 닦고 하면 얼마나 힘드셨을까?

이런 생각이 드니, 울 큰아이도 나를 배려 안 하는 게 아니라,  아직은 본인의 처한 상황이나 입장이 더 클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진작, 친정어머니의 입장을 고려했다먄, 도시락을 내놓는 것뿐만 아니라, 깨끗이 닦아 놓았을 텐데~

아침에 화난 마음이 도리어, 죄송한 마음이 든다

우리 딸도 언젠가는 깨닫는 때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